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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Sep 05. 2024

9월 첫째 주 일지

'그'의 장점

온갖 단점만이 보이는 나의 눈에 피로감이 느껴진다. 단점이 '그'의 진정한 캐릭터 일지라도 그것을 수용하고 경험하는 나의 뇌는 지치기 마련이다. '그'는 단점만이 존재하는 사람일까? 이 궁금증에는 생각을 해보지 않아도 NO라는 대답을 1초 안에 할 수 있다. 분명 아니다. 내가 못 보는 것이지. 혹은 보이지 못할 상황이던지. 사람은 단면적이 아닌 입체적이어서 내가 보는 단면만을 가지고 그의 입체적인 모든 것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을 테다. 이것 부분만큼은 '그'를 옹호하는 게 맞다. 비록 '그'가 나에게 옳지 못한 행동을 수천번 하고 옳지 못한 말을 동료들에게 수만 번 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분명 단면이 맞다. 단면이 쌓이고 쌓여 입체적으로 보인다 한들 '그'를 이루는 전체는 대변하지 못할 테니까.


그래서 '그'의 장점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수많은 단점들이 나의 생각을 가로막는다.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고. 절대로 열지 말라고. 그럼에도 나는 보기로 결심했다. 


- 효율적 a.k.a 지맘대로

효율적인 사람이다. 매우 효율적인 사람. 너무 효율적인 것이 문제가 되긴 하지만 분명히 효율적이다. 효율이라 함은 들인 노력에 비해 얻는 결과가 큰 것. '그'는 이것을 굉장히 사랑한다. 뭐 다르게 말하면 손해보지 않는다는 마인드랄까. 그리고 좋게 말하면 간단명료하다. 장점만을 이야기하려 하는데 자꾸 다른 얘기가 나올 것만 같다. 어쨌든 그런 효율을 따지기에 '그'는 우리 부서가 칼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를 위한 칼퇴본능인지 '그'자신을 위한 칼퇴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효율적인 사람이 상관이어서 칼퇴는 보장되어 있다. 장점 +1



장점을 하나 나열하니 잘 떠오르지 않는다. 굉장한 난관이다.  

그럼에도 볼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 주관이 뚜렷하다 ft. 심각하게

주관하나는 정말 칼날같이 날카롭게 뚜렷하다. 칼날을 보면 시퍼렇게 날이 서있어 모두들 조심하게 된다. 나와 동료들이 '그'를 조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주관이 드러날 때 모두들 알고 있다. 너무 뚜렷하다고. 나름 그것이 좋게 작용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명료치않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바보 같거나 우직해 보여도 주관이 뚜렷한 게 낫다. 그래야 따라갈지 무시할지 내가 결정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그것이 잘못되었든 옳든 자신의 얘기를 거름망없이 배출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엄청난 용기의 소유자 일테다.


  

이 이상으로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 정도만 찾아본 것만 해도 꽤 시간이 걸렸고 내가 시야가 좁은 것일 수도 그에 대한 관념이 부정적으로 자리 잡았기에 더욱더 안개가 끼어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결국 장점을 찾아낸 것이 중요하다. 한번 보면 다시 보이고 다시 보면 자주 보이기 때문. 오늘의 과정이 다음 주 다음 달에 어느 시점에서 좋은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는다. 


글을 쓰며 나 자신도 반성해 본다. 나는 효율적인 사람인가. 나는 나의 생각을 용기 있기 말할 수 있나. 

효율적인 부분엔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생각을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느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효율은 나뿐만이 아닌 나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쳐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즉, 나만 효율적인 것이 아닌 내가 하는 행동이 효율적이어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누군가에게 좋은 작용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야만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뭐 나름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나의 말을 웬만하면 함구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말을 하면 할수록 실수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나의 생각을 먼저 펼치고 거침없이 꺼내지 않게 되었다. 결국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지 못한다는 것은 용기가 적다고 볼 수 있다. 용기도 없는 편이라 지금의 스탠스가 좋긴 하지만 필요할 때는 분명 용기 있게 생각을 전달하기는 해야 한다. 참 어려운 작업이겠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 얘기하고 맞는 것은 맞다고 얘기할 수 있는 용기를 '그'에게서 배워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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