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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May 13. 2024

허상

나는 그런 날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형채도 없고 만져지지도 않는 그런 허상 같은 날들을 내가 가진 힘이 모두 소멸하고 나의 대다수를 이룬 수분들도 증발하여 내가 나일 수 없는 뼈는 모조리 흩어져 바람만으로도 흩날릴 수 있는 무게가 되었고 나의 정신은 존재여부를 알 수도 없는 그런 날을 그때에도 아마 나는 당신의 눈을 떠올리겠죠 깊고 아름다웠던 당신의 눈을 그런 날엔 내가 존재하지 않을 실존하지 않을 기억을 말에요 나는 당신의 따듯하고 통통했던 두 손의 감촉을 떠올리겠죠 그것 역시 기억이라는 실체를 찾지 못하겠지만요 그래도 흩어지는 와중에도 나는 그 기억을 쫓겠죠 종종 그런 날들을 떠올리며 아무도 모를 곳에서 깊이 숨을 죽이고 가슴 깊이 울곤 해 그러고 나면 당신을 얼마나 내가 아끼는지 사랑하는지 그 깊이와 무게와 형태와 실체를 나는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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