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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l 30. 2024

보통의 하루

일상을 누린다는 것

이제 다시 시간을 거슬러 가보려 한다.

우리 가족의 일상을 변화시킨 그 시간들로 돌아가는 것은 고통스럽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지만 관련 내용을 쓰기 위해 그즈음의 기록들을 들쳐보며 그때의 상황들, 태도, 감정들을 되돌아보려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삶의 소중함을 되새기면 매일이 특별한 하루인 건 맞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보통의 하루를 보낸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

재미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보통의 하루가 가장 좋은 하루가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어떤 순간에는 우울이 찾아올 수 있다.

누군가는 무언가를 성취하며 이겨내고

누군가는 휴식으로 희석시키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의 위로 안에서 감정을 나누고

누군가는 화를 내서 풀고

누군가는 한바탕 울어서 흘려보내지만,

누군가는 운이 나쁘게도(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감정에 침식당해 일상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우울을 맞이하면 누구나 힘들다.

일상적인 우울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어떤 계기로든 생길 수 있지만 여기서는 일반적인 깊이보다 깊은 우울 중에 굳이 어른과 미성년(청소년)의 우울을 구분해 보려 한다.

어느 정도 살아온 어른들은 그간 모아 온 경험의 데이터를 통해 우울감의 정체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스스로 이겨낼 방법들을 시도해 본다. 물론 사람마다 기질과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어른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처한 상황과 깊이감에 따라 고통의 시간들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간 접했던 우울 관련 책이나 글 속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어른이 되기 전에 우울 증상이 시작되었지만, 도움을 받거나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른의 우울증에 비해 청소년 우울증을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아직 미성숙한 뇌와 사춘기 호르몬의 부조화로 인해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렵고 충동성을 보이며, 주변의 시간에 자신을 더욱 가두고 자책하면서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기복은 어쩌면 단순한 기분저하를 우울로, 불안으로, 무기력으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그 와중에 자신의 감정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로서 일상적이지 않은 아이의 감정 변화를 눈치채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사춘기 시기에 찾아오는 청소년 우울증은 전문가로서도 정확히 ‘질병’으로 판단하기 어려워한다. 사춘기 시기에는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거나 삐친다고 하는데, 그 일상의 수많은 감정들을 어찌 판단할까…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는데…


확언할 수 있는 부분은 어른이든, 청소년이든 우울증을 조금이라도 감지하게 된다면

괜찮다, 괜찮아질 거다라고 생각하며 시간아 가라 기다리지 말고 시작해야 하다는 것이다. 꼭 병원 진료부터 시작하지 않더라도, 힘들어하는 마음을 공감해 주면 공감자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이의 감정과 힘든 상황들을 (이해는 힘들어도) 온전히 공감해줘야 한다는 것,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아이의 심적인 부담과 불안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 가족과 아이에게 가능한 최적화된 치료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울증의 치료는 증상 및 상황에 따라 크게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로 진행할 수 있다.

우울증의 치료 목표는 우울증상을 보이는 기간을 단축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치료효과가 보인다면 재발을 방지하고, 우울증으로 인한 일상 속 기능저하(무기력, 불면증, 식욕변화로 인한 신체변화, 주의집중 저하, 자살을 포함한 부적적 사고 등)를 줄이는 것이다. 스트레스 대처법, 문제해결방법, 비효율적인 생각들을 스스로 검토하고 수정하는 심리사회적 치료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아갈 수 있지만, 필요에 따라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병리적으로 우울증 증상을 완화시키는 직접적인 방법을 더하면 치료 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특히 단순 우울감으로 인한 증상이 아니라 우울장애, 양극성 장애, ADHD, 조현병 등의 정신과적 질병으로 진단을 받는 경우에는 그에 맞는 약물치료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부모로서 심리치료와 별개로 약물치료에 대한 부담감은 있을 수밖에 없다.

관련 의학적 단서들을 이해해도 심리치료만으로도 조만간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독한 약을 먹이는 건 아닐까, 아직 어린데 지속적으로 약을 먹여야 할까 등등의 생각에 스스로에게 감정적인 반응과 설득을 하기도 했었다.


결론적으로 아이의 감정이나 태도의 변화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걱정이 되는 순간이 오면 상황에 따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정해 학교 wee센터, 전문상담센터, 병원 등을 한번 정도 방문해서 우울척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심리검사를 해보는 것을 꼭 권하고 싶다.

아이의 변화가 환경이나 사춘기의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만약 아니라면… 어려움은 오랜 고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경우 중3 시기, 어떤 계기로 우울증이 찾아왔고, 교우관계 등의 특정한 상황, 아이의 기질과 성향, 사춘기 시기의 타이밍 등이 묘하게 맞물리며 초기에는 우울증상이 약간의 기복을 보이며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도 본질적인 상황이 해결되거나 좋아지지 않으며 증상이 나빠졌고 이로 인해 우울이 깊어지며, 동반되는 증상들이 더 많이 발현되면서 힘들어했다. 우울감을 호소하던 초기에 스스로 인터넷에 떠다니는 우울 자가진단을 해보며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고, 부모에게 조금씩 사인을 보냈고 도움을 요청했다. 심리상담을 통해  무기력으로 인한 비효율적인 생각들을 마주하고 수정해 보는 등 노력을 해보았지만 효과가 별로 없어 지역 내 병원에 다니며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초기에 아이가 받은 진단은 ‘우울증‘이었고, 이에 맞춰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했다. 초기엔 약을 잘 챙겨 먹었는데, 일주일씩 크게 복용스케줄은 챙겨도 세부 복용을 아이에게 맡겨두었더니 약을 잘 챙겨 먹지 않았다. 또 아이의 상태가 괜찮아 보이니 나도 세세하게 챙기지 않을 때도 많았다. (후에 이 부분이 나의 사소한 실수와 안이한 생각이 아이의 병을 심화시켰다고 자책을 하게 된 부분이었다) 아이는 약 1년여의 시간 동안 약물치료를 받으며 우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증상들이 기복을 보였고, 공부, 약간의 아르바이트,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통해 일상생활을 유지했다.

그러던 중 무기력과 우울이 어느 순간 심화되면서 자해와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우리 부부는 심각성을 깨닫고 더 큰 병원을 알아보게 되었다.

큰 병원 진료를 통해 아이의 진단명은 ’ 양극성 2형‘으로 바뀌었는데, 이건 치료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정신과 질병에서 양극성 장애는 우리가 ‘조울증’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우울 양상을 보이지만 양극성은 조증과 울증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것으로 그 간격이 아주 큰 1형과 적은 2형으로 나뉜다. 아이의 주증상은 우울이 맞지만 종합심리검사와 상담을 통해 아이에게는 약간의 조증이 있고 이로 인해 우울증 약이 아닌 양극성약을 처방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쉽게 말해 양극성장애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스스로 제어하기 힘들게 만들기 때문에 기분조절제를 통해 조울의 간격을 줄여줘야 한다. 그런데 우울증 약(가라앉은 기분을 올려주는)을 먹게 되면 조증이 심하게 올라가서 기분조절은 더욱 실패하며 증상은 더욱 악화되고 만다. 즉,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이의 경우 특히 조울의 간격이 매우 약해서 그냥 보기에는 우울증으로만 보였기 때문에 더욱 정확인 진단을 받기 어려웠다. (내가 경험했던 양극성 증상은 아이와 많이 달라서 관찰이 더 힘들었다)

분명 우울증과 양극성 2형은 비슷해 보여서 단 시간에 관찰해 정확한 진단을 받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진단을 잘못받고, 약을 빠짐없이, 일정하게 먹지 않다 보니… 더 정확한 진단을 받기가 어려운 악순환을 지속하면서 아이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그나마 더 늦지 않게 청소년전문이 가능한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고 쉽지 않은 치료를 시작하면서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쉽게 끝나는 치료가 아닌 것은 알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 가족은 상황을 받아들였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생의 어느 때보다 일상을 누린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는 요즘이다.



 초기 진단이 중요합니다. 관찰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심리검사나 우울척도 평가 등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상시 옆에서 아이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관찰해 두면 초기 상담 시에 상태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자잘하게 기록을 많이 해뒀는데, 지역병원에서 초기 상담을 할 때도, 큰 병원에서 종합심리검사와 더불어 부모상담 및 관찰상담에 관찰이나 지난 치료 과정을 표로 만들어 소견서와 함께 제출했더니 초기 파악 시간도 줄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일단 처방받은 약은 처방대로, 일정한 시간에, 빠짐없이 복용하도록 부모가 관리해야 합니다.

신체질병과 다르게 정신과 진단은 정확하게 받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약물은 환자(관찰자)가 제공하는 증상 정보에 따라 계속 바뀔 수 있습니다. 환자 본인에게 맞는 정확한 진단과 약처방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대로 약을 복용하고 증상과 부작용을 정확하게 의사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약복용은 어른도 쉽지 않습니다. 미성년은 더 하겠지요? 스스로 잘 챙겨 먹어도 주변에서 2중으로 점검을 하고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같은 진단을 받아도 사람마다 환경과 상황이 다르므로 약에 대한 효과를 다양하게 나타나며 걱정을 느끼게 하는 부작용도 상당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작용을 우려해 약을 마음대로 조절하거나 중단하면 치료효과는 늦어지거나 나타나지 않습니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치지 않게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가지세요.

우울 장애와 양극성 장애에 관한 많은 책들을 찾아보며 절망도 하고 위로도 받았습니다. 그중 몇 권을 소개합니다.

책소개는 사적인 감정이 더해지는 부분이 있으니 감안하셔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김현아(창비)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경조울(북하우스)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사람입니다-이수연(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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