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과정에서 내가 놀란 것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픈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 그중에서도 많은 아이들의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는 것이었다.
병원에는 정신과 진료를 대기하는 환자들이 정말 많았고, 나와 같은 표정의 부모 손을 잡고 대기석에 앉아 있는 청소년이나 어린아이들이 정말 많았다.
학기 중에는 교복을 입고 진료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환경문화적인 이유로,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접하고 있다는 기사는 그저 흘려보낼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21년째 OECD 가입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고, 그중 10대 청소년의 자살률도 높은 편이고 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와 사회적으로 생명존중예방교육, 정신건강지원사업 등을 통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 효과와 현재 상황들은… 음… 잘 모르겠다. 아이들은 여전히 극한의 입시와 경쟁환경, 혹은 다양한 학교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며 많은 아이들은 자신의 아픈 마음도 모르고 어른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진료과를 들어설 때마다 왠지 내 아이 같은 그들의 마음 통증이 공기 속에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저리고 무거웠다.
또 한 가지는 청소년 대상의 전문적인 치료 과정이 제대로 마련된 곳은 손에 꼽는다는 것이다. 뭐 지원규모나 인력자원 등의 상황으로 볼 때 우수한 큰 병원으로 환자가 찾아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자본주의 원리겠지만, 미래의 짐을 다음 세대에게 기대하는 만큼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국가와 사회 차원의 체계적인 의료지원과 대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걸 어른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던 아이는 유난히 연말의 설렘과 아쉬움 속에 반짝거렸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얼마 전 자살을 시도했고, 다니던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유했다.
남편과 나는 차갑게 정신을 부여잡고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가능한 큰 병원을…
정신과 입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폐쇄병동으로 일반적인 입원병동과는 다른 형태의 환경이었다.
요즘은 안정병동으로 명칭이 많이 바뀌었고, 예전에 비해 인권침해 교육이나 대처가 강화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성인의 입원이 아니다 보니 입원환경은 가능한 좋은 곳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자극 없는 치료 환경이 필요한 폐쇄병동의 특성상, 환자의 치료과정이 오픈되지 않기 때문에 불미스러운 상황이나 인권문제 등을 걱정하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다른 진료과보다 의사, 간호사, 보조인력, 지원인력이 많이 필요한 정신의학과는 비용을 많이 들일수록 좋은 치료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경제논리가 확실한 곳이라는 책에서의 글이 나를 자극하기도 했다.
많은 병원에 연락을 했다.
하지만 3년여의 코로나 상황으로 청소년을 전문으로 하는 정신과병원은 축소 운영되는 곳이 많았고, 우울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지면서 큰 병원일수록 진료 예약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치료를 받고 있는 담당의사는 입원이 힘들기 때문에 급한 대로 개인병원에 입원해서 어느 정도 치료를 받으라며 소개를 시켜줬다.
더해서 지역 내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상담을 통해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입원가능한 개인병원들을 안내받았는데, 대다수 근거리 추천이라 병원리스트가 중복되었다.
그중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입원가능 개인병원은 청소년 전문 병원이 아니었고, 미성년은 입원이 불가한 곳이 대다수였다.
딱 한 군데 입원이 가능한 곳은 성인들과 함께 병동을 사용하고 그마저도 특별히 청소년이나 미성년에 특화된 치료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이 없거나 체계적이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진료를 받아야 입원이 가능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규모의 병원들은 최소 6개월~1년은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 특히 미성년자는 대기자가 너무 많은 상태로 진료예약이 불가능한 곳이 많았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청소년 병동이 따로 운영되는 등 전문적인 느낌을 팍팍 주고 있었지만, 코로나의 장기화로 청소년 병동을 현재 운영하지 않으며 청소년 전문 의사들이 사직과 휴직을 많이 한 상태라 최소 6개월의 진료대기가 필요하다고 안내를 받았다. 아동을 전문으로 하는 시립지원 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는 청소년보다는 더 어린 연령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료와 입원치료를 한다고 했다.
사실상 선택지는 별로 없었다. 그나마도 일단 진료예약을 모두 접수해 두었지만, 최소한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는 한숨만 나왔다.
우리는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치료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위험부담을 안고 기약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 가족이 센터가 되고 간호사가 되어야 하는 현실.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받고 싶을 때 병원을 갈 수 없는 현실이라니… 어이가 없고 화도 나고…
답답한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었고, 그 사이 아이는 우울과 무기력에 침식되어 다른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입원을 해서라도 빨리 좋아지고 싶다는 아이의 sos. 자살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응급약 처방으로 아이는 하루 10시간 이상을 잠에 빠져들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상시 보호자가 필요했고, 일단 남편이 일을 쉬기로 했다. 우리의 일상도 이미 무너졌다.
병원들을 계속 알아보고 도움은 전혀 안 됐지만 인터넷으로 편법입원에 대해서도 검색했고, 주기적으로 병원에 예약취소 자리가 없는지 문의를 했다.
그러던 중 예약취소로 2군데 병원의 진료일정을 앞당겼고, 그런 과정을 몇 번 반복했다.
어떤 하루에 일주일 뒤 진료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안도감으로 눈물이 났다.
이제 시작인데, 마음은 이제 끝이난 것 같았다.
두근두근 기다리던 진료일.
아이보다 남편과 내 긴장감이 차 안에, 진료를 대기하는 내내 가득했던 그날. 의사는 예상대로 입원처방을 내렸다.
하지만 입원실이 없었다. 입원대기를 걸고 원내 지원시스템을 통해 입원이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연계를 해주겠다는 것. 안전을 위해 다른 곳에서 입원을 하며 치료를 받다가 입원실이 준비되면(다른 환자가 퇴원하면) 그때 입원치료받는 것을 결정하라는 것. 의사는 몹시 안타까워하면서도 지금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고 했다. 응급약만 처방받고 진료실을 나왔다.
병실이 없고 변수가 너무 많으니 의사의 설명과 진행과정은 머리로 충분히 이해했지만…
뭐냐…. 결국 지금 당장 전문적인 의료지원을 받거나 진행을 할 수 없고, 달라진 건 없네... 다시 어이없는 화와 실망감, 절망감이 몰려왔다.
게다가 병원의 다른 병원 연계시스템은 굉장히 친절하고 체계적이었지만 안내해 준 병원 리스트는 익숙한 이름들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변수는 병원입원의 조건이었다. 여성미성년 환자는 동성보호자의 동반입원이 필수라고…
기약이 없었다.
입원은 계속 대기 중이었고, 퇴근시간이 다 되어 급히 입원이 가능하니 결정을 해달라는 안내를 받기도 했다.
절박함에 일단 알겠다고 했지만, 준비물 챙기기, 코로나 검사 등의 준비사항 중에서 '내일 당장'부모의 동반입원 조건은 준비할 수 없었다. 어느 직장에서 당장 내일부터 기약 없는 연차나 휴직을 쓸 수 있을까...
입원대기를 연기했다.
이후로는 변수가 가득한 치료과정을 준비하기 위해 직장에 휴직을 신청했고, 입원과 또 다른 변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는지도 모르게 불안했던 시간들이었다.
입원장(처방)은 한 달이 지나면 무효가 되어 다시 받아야 하는데, 3번 정도 다시 받은 것 같다.
갑작스러운 전공의 파업사태로 예상했던 입원일정도 한 달을 훌쩍 넘기던 어느 날 드디어!!!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막막한 어둠에서 빛을 찾은 기분이었다.
입원치료는 왜 필요할까요?
외래 진료를 통해서는 정확한 진단과 약물처방을 맞춰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약물은 개인마다 효과가 다르고 적정량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자시에게 맞는 약을 찾을 때까지 약을 바꿔가며 부작용을 견뎌내야 하기도 합니다. 환자가 그만큼 힘들겠지요? 입원치료를 통해서는 몇 달에 걸쳐 이루어지는 종합심리검사, 관찰평가, 관련 진단검사 등이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져 환자에게 최적화된 약물처방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짧은 시간에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입원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의사의 진료를 통해 환자의 안전과 응급치료가 필요하다는판단에 따라입원 처방을 받아야 가능합니다.
전문병원은 진료예약이 쉽지 않습니다.
소아청소년 전문의 저명한 교수님은 1년 이상 대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전임의 역시 예약 대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예약취소는 발생하니 연락을 자주 하면서 취소분에 대한 연락을 꼭 부탁해 보세요.
*병원과 치료선택의 기간은 어디까지나 개인상황과 지역, 특정시기, 의료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