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할 수 있어서…
배우 박보영이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로 연기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가 있다.
인터넷 검색에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음 근무를 하게 되는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게 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라고 되어 있다. 설명처럼 드라마에는 폐쇄(안정) 병동의 모습들이 표현되어 있고, 마음이 아픈 다양한 환자들이 등장한다. 드라마다 보니 극적인 캐릭터 설정이나 내용들의 전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병동을 경험한 이후의 시점으로 봐도)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나 상황, 환경을 잘 표현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마음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서 지나가는 드라마 광고 화면에 관심이 갔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는지 종방이 될 때까지 시도를 하지 않다가 의사의 입원처방을 받고 폐인처럼 3일 만에 모든 회차를 완주했다.
드라마 속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보며 수많은 감정들이 마음속을 날아다녔지만, 머릿속으로만 그려온 정신병동의 모습을 구체화시키고 보호자로서 마음을 준비하기에 그 시점의 나에겐 더없이 좋았다. 만약 나에게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단지 색다른 드라마일 뿐이었겠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것들…
입원 전 받았던 입원준비사항들을 체크하며, 천천히 입원 준비물을 챙겼다.
안정병동은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반입이 되지 않는 물건들이 많다. 보호자의 물건도 예외가 아니다.
오래 머물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의지를 담아 가능한 내 물건은 간단히 준비하려고도 했다.
많은 생각들이 부유하는 밤을 지나 D-day가 밝았다.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어쩌면 기다리지 않았던 입원.
드디어 그날이 왔지만 마음이 참으로 심란하다.
그래서 여행을 앞두고 새벽비행기를 타러 가는 마음으로 집을 정리하고, 냉장고를 정리하고, 집안 곳곳에 (남편과 둘째를 위한) 안내 포스트잇을 붙이며 마음을 다잡았나 부다.
기대감이 많으면 실망이 커질까 봐, 나 스스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아주 조금만,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끝없는 시련은 없다.
언젠가 끝은 온다.
병원에서 그 끝이 보이면 좋겠다고…
병원에 도착해서 입원수속을 하고 안전요원의 안내와 확인을 받으며 입구부터 굉장히 폐쇄적인 출입문을 지나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소지품 검사, 간단한 병동 안내와 간호사 면담, 입원 및 치료에 따른 동의서 작성과 각종 셀프체크 검사지를 받아 들고 아이가 주치의와 면담을 하는 동안 남편에게 반입할 수 없는 물품을 돌려보내며 찡한 눈물의 이별을 했다. 누가 보면 남북한 이산가족이라도 된다고 생각했을 모양새다.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병동의 출입구를 사이에 두고 다른 전쟁터에 돌려보내는 느낌이었다.
문이 닫히고 나는 이제 아이의 보호자로 혼자 남았다.
정신을 차리고 치료 환경과 프로그램 등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이가 입원한 병원은 소아청소년 병실을 다른 층이나 구획을 구분해서 운영하지는 않았지만, 성인 병실과 소아청소년 병실은 따로 구분을 해 두었고, 성인 및 다른 병실은 보호자를 포함해 출입할 수 없게 규정을 두고 있었다. 우리가 입원한 시점에는 의대정원 이슈로 인해 전공의가 없는 상황으로 2주 전만 해도 기존 치료 프로그램들을 전혀 운영하지 못했으나 그나마 지금은 주치의가 배정되고, 전공의 주관의 치료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모두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 그렇다 보니 병동의 병상가동률은 입원 기간 내내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소아청소년 병실 역시 환자가 없어서 어떤 시기에는 4인실을 1인실로 사용하는 기간도 있었다.
병실은 넓고 쾌적했지만 진료과의 특수성으로 인해 tv가 없고 샤워실은 잠겨 있어 사용할 때마다 간호사에게 요청을 해야 했고, 화장실은 위아래가 뚫려 있었다. 30분마다 안전관리인이 병실을 직접 확인하며 환자의 안전을 체크했고, 간호사도 자주 병실에 들르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들려주며 환자의 기분이나 상태를 체크했다.
일정표에 따라 치료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치료실에는 tv와 간이 도서공간, 보드게임, 운동기구 등이 있어 프로그램 운영 시간 외에 자유롭게 출입과 이용이 가능했다.
아이는 치료를 위해 스스로도 적극적인 마음으로 입원에 동의하고 들어왔다.
하지만 입원 첫날 저녁시간이 되자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집이, 자기 방이, 자기 물건들이, 집에 두고 온 가족들이 보고 싶다고 했다. 핸드폰을 많이 사용하는 아이도 아닌데 핸드폰에 저장된 좋아하는 음악도 없으니 기분을 달랠 수 없었다.
핸드폰도 차단되는 자극 없는 환경을 마주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나도 버티기가 쉽지 않은데, 아이에겐 이 극단의 상황이 더 힘들었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입원 기간 나 역시 병동에 갇혀 지내는 것이 너무 싫었고 슬퍼서 수도 없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지만, 병원의 환경, 치료 시스템, 전문적인 의사, 듬직한 간호사, 친절한 직원들을 경험하며, 결과적으로 이런 선택과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이 너무 많이 들었다.
음악도 강제소거되는 고요함이 가득한 병실에서 아이도, 나도 마음을 비우는 낯선 경험을 하고 있음을 아주 천천히, 천천히 받아들였고
그러다 어느 순간에 이 시간의 흐름이 아이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도 아주 천천히 깨닫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를 혼자 이곳에 두지 않게 되어서,
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속 입원병동은 최상급 입원환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병원레벨에 따라 입원환경은 차이가 많으며 좋은 환경일수록 경제적인 부담은 커진다는 것은 현실입니다.
또한 보호자가 동반해 입원할 수 있는 환경도 병원에 따라 다르므로 병원의 치료 시스템을 잘 알아보고 각자의 사정에 맞는 선택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성향과 증상에 따라 함께 있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의사에게 보호자로서 알고 있는 정보와 관찰자로서 관찰한 정보들을 정확히 전달하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입원생활은 체력과 감정의 소모가 엄청납니다. 적당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는 입원 직전 심리적, 물리적 무장을 위해 책, 드라마, 인터넷 검색 등에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종종 지나치게 빠져들어 시작도 전에 지칠 수 있으니 완급 조절이나 환기가 필요합니다.
입원 전 준비물 체크는 병원의 주의사항에 따르되, 기본적으로 날카로운 도구나 물품, 긴바지나 끈이 있는 옷, 약품류 등은 반입이 안됩니다. 외래 간호사는 병동의 정확한 주의사항이나 반입물품 등에 대한 안내를 할 수 없으니, 입원이 결정되면 병동 간호사에게 문의를 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입원 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주치의가 허용하는 범위(핸드폰, mp3, 서적 등)도 조금씩 다르니 간호사와 주치의에게 문의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보호자의 체력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몸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모든 물품(반입이 가능하다면)은 가능한 많이 챙기고 식사도 잘 챙겨 먹으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세요. 전 입원 초기에 두 가지 모두 안 챙겼더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중간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답니다.
입원 초기에는 더욱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병원 관계자들의 도움을 잘 활용하세요.
자유, 핸드폰 등 너무나 당연한 일상의 자극들이 갑자기 차단되는 상황은 입원 초기 환자가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입원 후 2~3일이 적응 최대 고비의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보호자로서 환자의 다양한 증상들을 세세하게 간호사에게 전달하고 조언과 조치를 받으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