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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l 26. 2024

작은 걸음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하였음을 증명합니다

4월 첫째 주 토요일

올해 첫 검정고시가 시행되는 날이었다.

작년에는 자퇴일정과 공고일 간의 제한 자격이 맞지도 않았고, 아이의 치료에도 변수들이 생기면서 올해는 꼭 시험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거의 수능을 접하는 긴장감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아이의 긴장이 전염되었던 것 같다.

배정받은 시험장(지역 중학교)은 집에서 거리가 있어서 아이만 들여보내고 남편의 회차에 집으로 돌아갈까 했지만, 교문을 통과해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편했다. 혼자 전쟁터에 보내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아이는 학교 안에서, 나는 학교 밖에서 각자 다른 의미의 시험을 치르게 됐다.


교문 앞을 서성이며 알쏭달쏭한 마음을 추스르다 보니 주변이 보였다.

수능과는 조금은 다른 풍경.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정말 다양했다. 아이와 비슷한 또래가 많았지만, 어리거나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교문 앞에 줄을 세워 학생들을 내려주는 고급차의 행렬에도 놀랐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일부러 검정고시를 선택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얘기가 실감이 되었다.   

다른 시간들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난 정말 우물 안의 개구리였나 봐.

교문 앞에 서 있는 저 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소수의 학교 밖 청소년의 입장에서 갑자기 아이와 같은 처지의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마주하게 되니 왠지 안심이 된달까…

잠시 느낀 감정에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끝없이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아이가 학교 밖 청소년이 된 후 나는 학교에 다니면서는 할 수 없는 계획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렇게 됐으니,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어른의 마인드였다.

사실 그동안 시간이 없었지, 찾아보면 보고, 듣고, 누릴 것들이 너무 많았다.

부족했던 문화, 사회적 지식을 직접 경험을 통해 누려 보자며 미술전시, 음악회, 문화공연, 도서관투어, 박물관, 여행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검정고시, 대학, 혹은 그 너머를 ‘즐겁게’ 준비해 보자고 했다.

아이는 이런저런 변명을 하며 거절의 의사들을 내비쳤다.

네, 좋네요. 나중에 해 볼게요.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다른 걸 먼저 하고 싶어요.

오, 멋져요. 조금 생각해 볼게요.


인생에서 큰 목표를 가지는 게 효율적인 사람이 있고

작은 걸음으로 한 계단씩 오르는 게 효율적인 사람이 있는 거다.

그 시점에서 미래가 곧 불안으로 물들어가고 있던 아이로서는 내 폭풍 같은 제안들이 얼마나 부담스럽고 답답했을까…

아이의 우울감과 불안도가 올라가고 내가 제시하는 계획들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아이를 공격하고 있다는 건 시간이 조금 지나고서야 알았다.

아직은 대학이라는 목표를 정하지 않는 공부를 혼자서 하고 있는 아이였다.

타이밍도 목표도 내가 안달한다고 정해지는 게 아니었다.

내가 생각을 바꿔야 했다.

“Make it small”

우연히 강의를 듣던 중 꽂힌 문구였고, 마침 그 당시 아이에게 딱 필요한 솔루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일단은 작은 목표를 만들고, 작은 성취부터 크게 느껴보자.

검정고시에 집중하기로 했다.


고졸학력 검정고시는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의 내용들이 출제가 된다. 고1 학기 초에 자퇴한 아이에게는 일부 과목들의 진도가 필요했다. 아이는 본인이 자신 있어하는 과목은 수능대비용 문제집을 준비해서 혼자 공부했고, 일부 과목은 ‘친구랑’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센터에서 연결해 준 대학생 멘토와 특정 과목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며 1:1 학습 지원을 받았는데, 필요에 따라 과외와 비슷한 개인 수업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도 했다. 학원과 같은 빡빡한 수업일정보다는 스스로 수업 계획을 운용해 가는 것을 선호하는 아이에게는 적합했다고 생각한다.


응시 후 한 달이 지나고 의미가 가득한 종이 한 장을 받았다.

“위 사람은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하였음을 증명합니다”

수능에 비교하자면 검정고시는 쉽다고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병원치료를 병행하며 아이가 자신을 찾아가는 힘든 여정과 함께 이룬 검정고시 합격의 결과는 우리에게 고등학교 졸업장 이상의 의미를 주었다.  

고난과 역경의 태산을 넘은 느낌?… 물론 높은 언덕들이 몇 개나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의 작은 걸음은 그 너머로 시간의 문을 열어 주었다.



검정고시 지원과 응시 방법은 초, 중, 고 졸업학력 응시에 따라 다릅니다.

-검정고시 공고는 각각의 과목 및 배점 및 문항, 고사 시간표, 응시 자격 및 제한 사항 등이 각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이루어지며, 공고 시기는 2월, 6월 초순 즈음입니다.

-검정고시는 고시 합격(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과 과목 합격(전 과목 평균이 60점 미만으로 불합격이어도 일부 과목이 60점 이상인 경우 해당 과목은 합격으로 인정)으로 구분됩니다.

-고시 합격으로 고졸자격을 획득한 경우도, 일부 과목을 다시 보고 싶은 경우도 재응시를 통해 과목의 점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공부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검정고시는 응시 직전에 목표기간을 두고 문제집과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바짝 공부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면 조금 더 멀리 내다보며 준비하세요.

-검정고시 점수는 무조건 높은 점수를 받아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과목당 고득점(100점)을 받아도 대학교별 비교내신으로 산출하는 과정에서 높은 등급(1,2등급)을 받기 어려워 서울 상위권 대학 진학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수시전형과 정시전형 중에서 선택해 대학 입시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수시전형: 4년제 대학 수시모집(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전문대학 수시모집(일반전형, 특별전형)
-정시전형: 수시 모집 이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중심으로 선발

    *학생부교과전형: 검정고시 점수를 환산한 ‘비교 내신 점수’를 활용함

    *학생부종합전형: 검정고시 성적증명서 외에 학교생활기록부(학교 밖 청소년은 없음) 대체의 활동 증빙서류를 활용함


-희망하는 대학이나 학과를 어느 정도 정한 후에, 자신에게 적합한 전형 선택을 위해 해당 대학의 모집요강에서 아래 사항을 꼭 확인합니다.

-해당 대학에서 검정고시 합격자의 지원을 제한하고 있는지
-제출 서류는 무엇인지
-수능 최저 학력기준이 있는지

-전국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에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학생부종합전형 지원 시 학교생활기록부를 대체할 수 있는 ‘청소년생활기록부’ 작성을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활동 내용을 다양하게 채우려면 미리 ‘꿈드림’에 청소년생활기록부 사업에 신청을 하고 계획적으로 전공 적합성이 높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능 시행 전 6월과 9월의 전국연합모의고사를 활용해 자신의 성적분포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세요.

-비교내신 점수, 반영과목, 필요한 활동 증빙서류 등은 대학별로 상이하므로 꼭 모집요강이나 대학의 입학처에 관련 내용을 문의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검정고시 점수로 갈 수 있는 대학을 예측해 보세요.

재학 중에는 입시 준비 과정에서 내신과 모의고사를 통해 선생님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지만, 자퇴 후에는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래 홈페이지에서는 검정고시 성적을 통해 입시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정보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검정고시로 대학가기(홈페이지): 검정고시자 수시 대입전략 전문 사이트로, 대학별 검정고시 전형, 입학상담 및 지원가능 대학의 합격예측 서비스를 지원함.


고졸 검정고시 자격을 취득하면 아르바이트나 시간제 근로와 같은 취업의 기회도 조금 더 열립니다.

만 15세 이상 청소년은 아르바이트, 시간제 근로가 가능하지만, 18세 미만인 경우에는 친권자 동의서,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합니다.

위험한 일이나 유해 업종의 일은 할 수 없으며, 하루 7시간 초과 근무 금지 등 청소년근로권익 처우들에 대해서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꼭 확인해 보세요.

청소년근로보호센터(청소년근로권익센터), 고용노동부(국번 없이 1350), 노동권익센터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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