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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l 09. 2024

어쩌면 남다른 사춘기 딸들 대 갱년기 엄마

나는 단지 너와 내가 행복해지길 바랐어

인사이드아웃(inside out)


마음속 감정들을 꺼내어 본다면… 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던 영화였다.

엄청난 인기몰이에 1편을 처음 봤을 때는 영화의 완성도와 예술성 정도에 최고점을 주면 기억의 저편에 어른을 위한 좋은 애니메이션이라고만 평가했었다.

하지만 우리 집에 찾아온 고난의 시기를 지내며 우연히 다시 찾아보게 된 영화는 나와 남편을 엉엉 울게 만들었다.

막연한 감정들이 이미지화와 되고 문자로 또박또박 되새겨지면서 우리 가족에 일어난 일이 더 안타깝고, 더 극적이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영화 속 감정들의 주인인 라일리의 친구섬이 무너지는 순간에는 내 마음도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나는 단지 라일리가 행복해지길 바랐어..


부모로서 우리도 단지 아이가 행복해지기를 바랐지만,

아이의 감정들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슬픔을 한없이 키우다가

불안의 늪에 빠져버렸다.


인사이드아웃 2에는 그런 ‘불안’이가 나온다.

야무지고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불안’이는 라일리를 행복하게 하겠다는 일념하나로 분주하게 방법을 모색하지만, 큰 실수를 저질렀다.

라일리가 어떤 사람이 될지 결정하려고 했던 것이다.

부모로서, 나도 남편도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결국 불안한 현재에 머무르게 한 게 아닌가….

지나온 수많은 시간들을 떠올리며 무거운 회한에 잠겼다.

기쁨이가 말했다.

“어른이 되는 건 이런 건가 봐. 기쁨이 줄어드는 거”

나도 생각한다.

‘내 부족함이 네 기쁨의 총량들을 부정했구나’

기쁨이가 말했다.

“라일리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결정할 수 없어”

나도 생각한다.

‘내 불안이 너의 속도로 가고 있는 너를 남들처럼 달리게 해서 고장 나게 했구나’

버럭이가 말했다.

“살면서 실수는 할 수밖에 없어”

나도 생각한다.

‘나도 부모는 처음이라고, 내 실수가 아이를 계속 아프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지만, 사실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 수두룩한 사람이라는 것.

아이가 어릴 때 보이는 것들,

아이가 사춘기가 되니 보이는 것들,

더 나이 든 부모가 되면 볼 수 있는 것들이 생기겠지만,

결국 준비가 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후회만 하지는 말자.

 

감정이 요동치는 요즘…

영화 한 편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나이가 들면서 잃어 가는 것(특히 건강상의 불편함들)도 많지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게 좋은 점이라면 참 좋은 것.

늘 지나다니던 길가의 꽃이라던가,

새삼 적당해진 햇살의 뜨거움,

나의 갱년기 심각 증상 중 하나인 건망증으로 인해 아이들이 (어이없이) 웃어주는 것 정도?


이런 (작은) 성찰 뒤에 나도 (괜히 갱년기를 핑계 대며) 울컥울컥 밀려드는 감정들을 소화시키지 못해 하루의 마무리를 사춘기 2탄 둘째와의 불편한 언쟁으로 끝낼지도 모르지만, 후회만 드는 시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끝에는 지금의 나를 채우는 깨달음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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