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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l 05. 2024

하루하나 - 프롤로그

수많은 감정들이 스치는 하루, 나를 채우는 하루하나

어른이 되는 건 시간이 쌓여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십 대 중반을 넘어 오십을 바라보면서도 잘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전문직을 가진 직장맘으로,  다정하고 믿음직한 남편, 한창 사춘기 연령의 예쁜 딸 둘이 있다.

일에 관한 스펙 히스토리는 좀 남다를 수 있지만, 나름의 노력과 여정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 서 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운동을 더하지 않는 부족한 체력에 일과 가정일이 버겁기도 하고,

결혼 18년을 보내면서 잘 지내던 남편과의 가치관 차이로 다양한 논쟁을 벌이기도 하며,

남들보다 일찍 맞이한 폐경으로 갱년기의 불쑥 감정변화가 찾아와 우리 집의 외계인 사춘기 딸과도 매일을 전쟁같이 보내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아주아주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다.

특별함을 꿈꾸던 어떤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특별한 인생은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보통의 하루를 보내는 것이라는 걸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었다.


내게 찾아온 큰 변화는 아이를 통해서였다.  

최근 2년의 시간 동안 아이는 청소년우울증-자퇴-학교 밖 청소년-자살시도-양극성 2형 진단의 평범하지는 않은 시간들을 겪었다. 지금은 적극적인 치료와 마음재활을 통해 아이는 아주 천천히 일상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는 것이 불안한 J가 마주하기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엄청난 재해였다.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준비할 방법도 몰랐기 때문에, 닥치는 대로 관련된 이야기들을 찾아 인터넷의 바다에 헤맸던 것 같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아이를 지키려고 무장하기 위해서…

아이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더라도, 성인이 아닌 청소년의 이야기나 평범한 학부모이자 보호자의 행동 매뉴얼(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에 관한 이야기는 sns의 수많은 파도 속에 흘러 다니는 파편들 뿐이었고,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와 이야기 속에서 나는 일희일비하며 속절없는 파도에 휩쓸리고 있었다. 물론 그런 작은 파편들도 그때의 내겐 소중한 단서이자 지푸라기였지만… 내가 이겨내야, 내 아이와 우리 집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찾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작은 글을 발견했을 때가 내겐 큰 위로와 안심의 시간들이었고,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되었다.


예상치 못한 삶의 고난은 누군가를 성장시킬 수는 있지만, 성장의 결과를 보기까지 지옥을 맞보다가 포기할 수도 있다.

주어지는 것들을 마주하는 시간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필요하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고행이 다가올 수 있다.

그걸 이겨낼 힘은 내 안에 있다는 것.

원망스럽고 짜증 나고 많이 속상해도 수많은 감정들을 담아두는 건, 나라는 걸.(이렇게 되뇌고 있지만, 나도 돌아서면 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써서 증거로 남기는 게 필요하다.)


어느 순간 반짝 해가 뜨는 것에, 그 맑음을 너무 당연히 생각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억지로라도 이 순간이 최선이라고 여기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참 잘 살고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의 난 ‘내’가 아닌 ’ 주변‘이 보인다.

그게 많이 힘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음에 환기가 되는 것도 같다.

어차피 마음먹은 대로 느껴지는 인생.

가장 나답게 살다 보면 정답은 아니어도 뭔가 나오지 않을까…

매일 다짐하지만, 매일 잊어버리는 것.

나에게 집중하기

나답게 생각하기

나여서 할 수 있는 것들 마주하기

되뇌고,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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