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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재윤 Jun 24. 2022

인생은 느닷없고..

글쓴이 주: 죽기 살기로 살아왔지만 여전히 먹고살기 힘든 5, 60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던지는 삶과 행복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입니다. 쌀장사로 20년을 살아온 제 경험과 느낌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풀어보고 있습니다.      



인생은 느닷없고..



나는 우연히 쌀장사를 시작했다. 누군들 인생이 계획대로 굴러가게 하는 재주가 있겠냐마는 내가 쌀장사를 시작한 것도 나의 뜻과는 전혀 무관한 신의 애꿎은 장난에 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 선택은 분명 내가 한 결정이었다.


일이 잘못되는 것은 전생에 죄가 많아서도 아니며, 하늘이 무심해서도 아니며, 팔자를 잘못 타고 나서도 아니다. 지금 내 인생은 과거의 내 선택들이 모인 것이다.      


쌀장사를 시작하기 전 나의 직장은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에 있는 신용협동조합이었다. 내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느닷없이 장사를 시작한 사연은 이렇다.     


직장인이 되자마자 부리나케 가정을 꾸렸다.

결혼한 지 3년이 지나도록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 만으로는 2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지만 마음이 조급했다. 더구나 나는 형제자매가 없이 무녀독남으로 혼자 자란 외아들이 아닌가. 산부인과 진료도 받아보고 용하다는 한의원도 다녀보았다. 하지만 조급함은 또 다른 조급함을 불러올 뿐이었다.  고민 끝에 불임부부를 위한 치료로 유명한 산부인과를 찾았다. 병원 문을 열었을 때 첫 느낌은 ‘엇? 임신 못하는 부부가 이렇게 많아?’였다. 대기실은 항상 만원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결혼 4년 차에 쌍둥이가 태어났다. 이란성쌍둥이였다. 남자아이 하나, 딸아이 하나.


쌍둥이 중 남자아이가 바로 아버지로 하여금 뜻밖의 쌀장사를 하도록 만든 둘도 없는 효자 아들이다. 효자 타이틀을 미리 붙여두는 것은 나중에 차차 설명하겠다.


아들은 1.95kg의 몸무게로 태어났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뼈 전체가 배 쪽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폐가 덜 성숙하여 생기는 증상이라고 하였다. 


태어난 지 7개월이 넘었다. 아들은 여느 아이랑 많이 달랐다. 뒤집기도 하지 않았다. 장난감에도 눈길을 주지 않다.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 뇌병변 장애가 있습니다.

의사의 말을 듣고 하늘이 노래졌다.


그렇다. 나의 아들은 지적장애를 수반한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아들이 나을 수만 있다면.. 그동안 조금씩 부어놓은 적금을 다 털어 넣었다. 내가 집안의 장손이라 할머니 장례식 뒤 맡아놓았던 부의금도 다 쏟아 부었다.


아들은 차도가 없었다. 아들은 영원히 2살 정도의 지적장애를 갖고 살아야 한다는 의사들의 예견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당시 신용협동조합 초급 직원인 나의 월급으로는 아들의 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앞으로 들어갈 진료비는? 게다가 우리나라 복지체계로는 아들의 장래를 보장할 수 없다.


아들이 평생 먹고 살 돈을 벌어야 놓아야 한다, 그러려면 월급쟁이로는 안 된다. 장사를 하면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래, 그거다! 장사를 하자!     


나는 이런 단순한 생각으로 아무 준비 없이 덜컥 쌀집을 개업했다. 2001년 1월 1일, 내 나이 서른셋이었다.


준비되지 않는 장사에 시련은 당연했다. 개업 후 쌀집이 자리 잡는 데는 무려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의 청춘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십여 년의 세월이 흘러 어느 듯 오십을 넘겨 쉰 중반이 되었다.     






-by 하재윤-


글쓰기 프로젝트

가제: 쌀장사 20년, 인생은 아름다워

부제: 외롭고 높고 쓸쓸한 당신에게


들어가는 말


목차     

1. 인생은 닥치는 대로 사는 것.  


순전히 내 탓이다.

-인생은 느닷없고..

세상의 중심은 나

모든 선택은 나의 것

적당하게 살아요/너무 깨끗하게 쓸고 닦으면 복 나갑니다(닥치는 대로 살기)

아들 성요셉마을로 가다

일기 아빠의 사과문 2009년 3월 29일

천직

선택은 나의 몫. 아들 탓하지 마라

물밑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인생은 불공정하다.      


2. 장사는 힘들어  

3. 세상이 만든 질서에서 벗어나기

4. 내 인생의 주인 되기

5. 인생은 한 방향으로 버티는 힘이다.

6. 인생,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이전 02화 순전히 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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