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의 휴가

by 작은영웅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4일간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생각해 본다. 마음에서 이끄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간섭하는 사람 하나 없이, 정말로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하게 될까.


일단 1일은 가족과의 만남이다. 우선 시집가서 따로 살고 있는 딸아이와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해야겠다. 맛있는 것도 먹고 차도 마시고 얘기도 나누고, 두고두고 기억날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다. 너무나도 기특하고 자랑스럽다고 칭찬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엄마가 늘 함께 해주고 뒤에서 도와주겠다고 말하리라. 오늘이 마지막 만남인 것처럼 소중한 시간을 보내리라.

최근 읽은 책에서 말하는 태도로 감탄, 감동, 감사를 실천하라는 내용을 봤다. 딸아이와 대화는 이 세 가지를 실천해봐야겠다. 살아오면서 아이들에게 이 세 가지 표현을 등한시 했던 것 같다. 마음 속에는 늘 느끼고 생각하면서 표현하는 데는 서툴렀던 나를 버리고 아이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너희들은 존재 자체로 나에게 감동이고, 다른 누구의 아이들보다 멋지고 대단한 아이들이며, 그런 너희들의 엄마여서 너무 감사하다고.


2일은 점심 때 친구들을 만나 브런치를 먹을 것이다. 그들을 만나면 자랑을 늘어 놓는 일일랑은 삼가고 경청을 실천해 보고 싶다. 가급적 말은 적게 하고 밥은 많이 먹어야지. 친구들의 말을 경청해서 듣고 훈수를 늘어 놓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해 주어야지. 재미없는 친구의 말에도 박수를 치며 웃어 주고, 힘든 일을 고백하는 친구의 손을 잡아줘야지. 그러면서 내곁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도 잊지 말아야겠다. 매사 시큰둥하게 반응하던 냉정한 태도를 버리고 따뜻하게 감싸줘야지. 그리고 가까운 선물 가게에 가서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선물을 해주고 싶다. 그 물건을 볼 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나를 기억할 수 있게.


3일은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테다. 그 동안 먹어본 것 중에 최고의 음식점을 찾아 우아하게 창가 자리에서 외식을 하고 싶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삶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근처 자리에서 속삭이는 대화를 엿듣기도 하면서. 그 다음 바깥 풍경이 아름다운 카페에서 달콤한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나선 야생화가 피어 있는 아름다운 공원의 오솔길을 산책한 뒤에 집에 돌아올 생각이다. 걷다가 길가 벤치에 앉아 평일에 혼자서 누릴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해볼 생각이다. 영화관에 들러서 딱 그 시간에 맞는 낯선 영화도 한 편 봐야겠다. 아무 선입견도 없이 마주하게 된 영화가 나에게 어떤 감동을 줄까 기대하면서. 그리고 나서 시간이 가능하다면 아트센터 소극장에 열리는 작은 콘서트에서 음악을 들으며 한숨자는 것도 좋겠다.


4일은 친정집에 갈 생각이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간식을 한아름 사들고 가 부모님과 수다를 떨고 싶다. 부모님 건강관리한다고 타박하던 잔소리를 모두 접고 좋은 말만 해드려야지. 그리고 나서 그 동안 집에 가서 아빠한테 맛있는 것 해달라고 조르곤 했는데 이 날은 부모님께 근사하고 멋진 저녁 외식을 권해야겠다. 엄마가 좋아하는 뷔페에서 멋진 풍경을 보며 식사하실 수 있도록 대접해 드려야겠다.

밤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느라 맘고생이 많을 동생도 만나서 술 한 잔 해야겠다. 늘 챙김을 받기만 하던 연약한 언니가 아닌 든든한 언니의 모습을 보여줘야지.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운 마음도 말하고, 네가 있어서 늘 의지가 되고 마음에 위로가 된다는 말도 해줘야겠다.


이렇게 적고 보니, 특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소중한 것은 사람이라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미루어 왔던 일들을 이제는 바로바로 해야겠다. 먹고 싶을 때 먹고,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주고 싶을 때 주고,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보고 싶을 때 보고. 이제 그게 무엇이든 미루지 말자 다짐해 본다. 그리하여 의미 없이 반복되는 날들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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