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주 Oct 18. 2021

다름이 만들어낸 학살

[조각] 유영호 '그리팅맨' #혐오 차별

우루과이에 대한 놀라운 진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남미의 남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 우루과이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너무 멀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라이기도 하지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 아 우루과이! 내가 좀 잘 알지. 거기서 월드컵이 최초로 개최되었어! 축구의 나라!” 라고 말하겠죠.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호세무히카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청렴한 대통령”


그리고 90년대를 인식하는 세대에게는 우루과이라운드로 기억되는 국가이기도 할 것입니다. 여하튼 대한민국의 대척점(지구의 정 반대편)에 존재하는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 도착하던 날은 하필이면 한국의 유영호 작가님이 그리팅맨을 공개하던 날이었고, 지역에서도 큰 행사로 홍보되고 있었습니다. 지구반대편의 그리팅맨과 한국의 그리팅맨이 서로 마주보고 인사를 시작하는 날이라 멀리 한국에서 온 손님에 대한 환영도 극진했었건만, 문제는 그만 현지에서 권총강도를 당했던 것이죠. 가진 것을 홀라당 털리고 대사관의 보호를 받으면서 무비자로 갈 수 있는 국가를 찾아 비행편을 예약하느라(여권과 비자도 분실했기 때문에) 한 일주일 정도 대사관 근처 래디슨호텔에서 꼼짝도 못하고 묶여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도저히 이제 겁이 나서 밖을 다닐 수가 없더라구요.  

 밖에 나가기도 무섭고, 딱히 할일도 없으니 호텔방에 있는 우리나라로 치면 관광 안내 책자라도 잡아 읽게 되더라구요. 한 번 책을 손에 잡으니 그 어느 영어교과서 보다도 열심히 읽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책에는 우루과이의 지명의 유래와 역사, 인구 이런 것들이 설명되어 있었는데, 놀랍게도 우루과이의 인구 구성이 백인이 98%에 달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남미 국가(라틴아메리카 중심)의 사람들의 모습은 갈색의 피부색을 가진 이들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그 지역의 선주민 역시 인디오들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고.      

게다가 또 하나는 우루과이는 국토 전체가 거의 대부분 평야지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스페인 점령군들이 우루과이로 왔을 때 산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다가 어느 지점에 다다르니 나지막한 산 같은 게 보이길래 "어 저기 산 보인다" 했던 곳이 수도가 되고 수도명이 몬테비데오(MonteVideo:스페인어로 산이 보인다)가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즉, 스페인의 정복자들은 높은 말에 올라타서 수많은 우루과이 땅의 원래 주인이던 사람들을 손쉽게 학살해버릴 수 있었던 겁니다. 남미에 그 흔한 위험한 밀림도, 깊은 강도, 높은 산도 존재하지 않은 신이 내린 축복이 땅이 선주민들에게는 끔찍한 학살의 땅이 되어버린 것이죠.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Montevideo) 상공에서 바라본 전경. 끝없이 평야가 펼쳐진 곳입니다.(사진=박민경)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그들을 죽인 이유는 다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인종이 다르니, 우리와 같지 않으니 없어져야할 존재여야 했습니다. 그들의 존재는 현존하지 않는 잠재적 위험으로 설정되었고 실존하지 않지만 존재할 지도 모르는 두려움이 되어 그들에게 학살의 빌미를 제공했을 겁니다.     

우리는 지금도 현존하지 않은 위험을 설정하고, 만들어 두려워하고 있는 경우가 역사 속에서 자주 반복됩니다.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한 것도,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1923)도 그러했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이라 자부하는 우리도 평양 화교학살(1931)을 저질렀죠.      

 21세기라고 해서 그러한 다름에 대한 학살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현재 과거 2차 대전 당시 영국군의 용병으로 미얀마 독립군을 탄압했던 로힝야족이 지금은 학살의 대상이 되었죠. 학살의 가해자이자 방조자는 바로 노벨 평화상의 주인공인 아웅산수치입니다.     

학살까지는 아니라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존재하지 않은 위험을 설정한 후 두려움으로 몰아 '다름'을 혐오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 신촌역에 있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말자는 내용의 광고판이 처참하게 누군가에 의해 칼로 난도질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성소수자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도 하나의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다고 이야기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차별하는 것도 자유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뭐 학살까지 논할만한 것이냐라는 의견도 있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그 어떠한 혐오와 차별도 자유의견일 수 없습니다. 그것은 폭력의 다른 형태일 뿐이죠. 나와 '다름'으로 '이상'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역사적 상황은 너무도 많았습니다. '장애인'이 그랬고 '왼손잡이'가 그러했고 '혼자사는 돈 많은 여성' 혹은 '의학지식이 풍부한 여성'은 그것 자체가 이유가 되어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고 죽음까지 당연시 된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학살의 대상이 된 유대인과 조선인, 중국화교와 로힝야 족 모두 처음부터 학살의 대상이 된 건 아니었습니다.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은 혐오로 발전하고, 그 혐오는 흑백 분리나, 유대인수용소 같은 차별정책으로 이어지고,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증오범죄가 당연시 되고 최종적으로는 학살(제노사이드)로 이어지는 것이죠.     

다름이 차별이나 혐오가 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는게 그렇게 힘든일인가 싶습니다. 지구 저 반대쪽에, 비행기를 두 번, 세 번이나 갈아타고 40시간이나 가야했던 우루과이의 수도에서는 여기 서울에서 반갑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는 그리팅맨이 똑같이 서 있습니다. 아마 지금도 지구 어느 곳곳에 그런 그리팅맨들이 늘어나고 있을 것이구요.             


                  

[곁들여보기]     

세계인권선언문

제2조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으며, 이 선언에 나와 있는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제9조 어느 누구도 자의적으로 체포, 구금, 추방을 당하지 않는다.

제30조 이 선언에서 말한 어떤 권리와 자유도 다른 사람의 권리와 자유를 짓밟기 위해 사용될 수 없다. 어느 누구에게도 남의 권리를 파괴할 목적으로 자기 권리를 사용할 권리는 없다.

이전 17화 옥상에 올라선 그녀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