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禁酒日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창 May 08. 2016

열 사람 점심 예약할게요.

禁酒 Day 23

20160508


    이제 만 다섯 살이 되는 작은조카는 어버이날에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온 가족이 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로 일주일 전부터 예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에 조카가 열이 오르고 아파서 동생 부부도 같이 밤을 새우다시피 한 후에 아침에 병원에 다녀오느라 너무 지쳐서 점심을 도저히 함께 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을 모시고 큰조카와 어버이날 점심을 하기로 했습니다. 식당에 도착해서 아내를 먼저 내려주면서 "열 명을 예약했는데, 셋이 갑자기 못 오게 되었다고 미안하다고 먼저 말해 줘"라고 부탁하고는 주차를 했습니다. 마침, 부모님께서도 큰조카와 함께 식당에 도착하셨습니다. 예약된 테이블로 안내되어 갔더니, 아내의 표정이 재밌습니다.

    "여보, 우리 일곱이 아니고 다섯이야!"

    "응?"

    "우리 애들도 셌구나......"

    "아, 맞다!"

    가까이 있으나 멀리 있으나, 자나 깨나 자식들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런 저를 곁에서 보시던 어머니께서 웃으시며 결론을 내리십니다.

    "원래 부모가 그런 거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출장을 가면 숙소의 사진이 들어있는 엽서에 몇 마디 적어 집으로 보내곤 했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아이들에게는 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부모님께는 '사랑합니다'라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부모님께도 '사랑합니다'라고 적어서 엽서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같은 호텔에 부탁해서 집으로 보낸 엽서는 잘 도착했는데, 몇 주가 지나도 부모님께 보내드린 엽서는 끝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아, 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직접 뵙고 "사랑합니다"라고 말씀드리라는 뜻인가 보다.'

    그다음 번에 부모님을 뵐 때 꼭 안아 드리면서 말씀드렸죠

    "사랑해요, 아버지." "사랑해요, 어머니."


    제가 4주째 禁酒를 하고 있다는 소식에 부모님께서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내일모레 오십을 바라보는 아들을 아직도 걱정하시는 분들께 다른 게 효도가 없습니다. 건강하게 살겠습니다.


(표지 사진은 우연히 들어갔던 로마의 작은 골목안 식당입니다.)



아래 링크는 같은 매거진, "禁酒日記"의 이전 글입니다.

https://brunch.co.kr/@690101/62


매거진의 이전글 禁酒한 후로 성질 죽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