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시간, 멍 때리기
모두가 어렴풋이 들어봤을 망중한(忙中閑)이라는 단어가 어느 날 내 맘속에 콕하고 박혀버렸다. 언젠가 나는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염세주의적으로 변해버린 우리가 스스로 삶을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던 때였다. 그러던 내가 문득 위의 사진 속 한적한 풍경을 멍-하니 보며 그 생각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제대로 된 소확행은 어쩌면 망중한의 연장선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외치는 우리에게 망중한은 어쩌면 가장 필요한 단어 같다.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들이 즐비한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소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슬픈 것은 우린 그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또 무언가를 한다! 타지로 훌쩍 길을 떠나는 것, 호캉스를 즐기는 것 등이 제대로 된 힐링이라 여기곤 한다. 회사 사무실 컴퓨터 앞에 기념 마그넷을 보며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나만 해도 그러하다. 의문이 들었다. '왜 우리는 항상 무엇을 성실히 해야만 성에 찰까?'
가끔은 그냥 가만히 앉아 '하지 않음', 즉 한가로움을 스스로 느껴보는 게 필요하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소확행은 결국 바쁜 와중에 즐기는 한가로움, 망중한이 아닐는지. 퇴근하는 길은 무엇이 그리 힘들지도 모르겠는데, 늘어진 고무줄처럼 내 마음이 축 처진 것을 모두가 느껴보았을 것이다. 그 늘어져 버린 마음의 고무줄을 다시 단단히 해주기 위해선 고요하고도 고요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소위 멍 때리는 시간이라도!
작은 행복, 소확행을 얻기 위해서 퇴근 후 멍이라도 때려보자. 아니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동네 공원이라도 가보면 어떨까. 멍 때리며 바라보는 창 밖의 나무가, 풀이, 꽃들이 내게 위로가 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우리 주변에 매번 있던 것들은 어쩌면 항상 그곳에 있으니까, 우리에게 "그냥 다 별거 아니야, 또 언제든 나를 보러 와!"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지쳐버린 하루에, 잠시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가져보자.
스스로 크게 무언가를 주진 못하더라도 멍 때리는 시간은 보장해줄 수 있는 그런 우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나'라는 피고용인에게 스스로에게만큼은 좋은 고용주가 되는 그날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