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반장 선거에 출마하면 큰 목소리로 '열심히 하겠습니다!'하고 외쳤지만, 뭘 어떻게 열심히 해야 하는지 알진 못했다. 다만 목소리가 크면 애들이 뽑아줄 것을 아니까, 자신 만만하게 외쳤을 뿐이었다. 그저 힘이 세 보이거나, 목소리가 크면 장땡인 때였다. 어차피 학급 반장 역할일 뿐이니까, 그게 큰 영향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근래 몇 년 간 누군가를 대표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임을 깨닫고 있다. 학급에서는 고작 해봤자 체육대회 팀을 짜주던 일들이, 사회에서 한 조직을 대표하자면 많은 의견을 청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종합해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 같이 산 가족 하고도 의견이 잘 안 맞는데, 다른 환경에서 수많은 타인들의 생각은 오죽 다양할까. 회사 내에서 누군가를 대표하는 일을 도합 2년 했는데, 그 과정에서 하나 배운 것은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보다 몇 배는 더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조직이 크다 보니 연륜이 어마어마하신 분들도 간혹 내 역할과 같은 직을 맡은 분들이 계셨다. 그래서 그분들은 어떻게 의견을 취합하시나 가만 지켜본 적이 있다. 그분들은 정말 소위 '카리스마적 리더'셨다. '내 생각이 곧 법이다!' 하는 그런 느낌. 결코 좋아 보이 시진 않았다. 그렇다고 나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도 답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담 도대체 좋은 리더는 뭘까! 우리 시대에 좋은 리더의 표본이 있긴 할까?
명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깨달은 것은, 휘둘리는 리더와 카리스마 리더 중간 지점 어딘가에 좋은 리더가 있을 것이란 거다. 의견을 묵살하고 리더 의견대로 끌어갈 거면 애초에 리더로 나서선 안된다. 기본적으로 리더의 역할은 이타적인 마음을 근간으로 갖고, '나보다는 남'이라는 생각이 앞서야 하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또 이쪽저쪽 휘둘려서는 안 되고, 리더 자신의 중심을 갖고 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위의 조건을 다 충족해서 좋은 리더가 될 자질과 능력이 충분치 않다면 리더로 나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요 근래 기사에서 보는 많은 뉴스들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고, 또 이끌 사람들 중에 '리더'라는 것에 대해 올바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국민인 내가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의 상황은 리더의 중요성이나 리더 자체가 가지는 역할보다 오히려 '논쟁을 위한 논쟁'에 중점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부디 앞으로 상황이 변화되어 리더가 본인의 책임을 다해 왕관의 무게를 견뎌주기를, 이를 통해서 리더를 따르는 우리들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