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아는 사람. 생각을 나누는 사람. 작가 지망생.
나는 사무직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소개하는 글은 짧아져만 간다. 짧아진 내 소개글을 읽노라면 '나는 뭐지?', '뭐에 체크를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나를 꾸미는 수식어가 참 많았었는데.. 내 몸이 아니라, 내 정신이 다이어트를 해버린 기분이었다.
어렸을 때를 돌아보면, 세상 그렇게 열심히 살 수 없었던 것 같다. 아마 이 글을 읽게 될 여러분도 나와 똑같을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까지 개근상에 성실맨 모드로 살았는데, 대학교 가게 되니 취직이 눈앞에 닥쳐서 또다시 열심 모드에 진입했다. 그래서 또 미션 수행하듯 대외활동부터 성적관리까지 이것저것 안 해본 것 없이 살았다. 그런데 왜, 나에게 남은 건 '사무직' 저 타이틀 하나 같을까! 그리고 왜 난 그게 이토록 씁쓸할까.
주변 모든 이의 떡이 커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내가 찜콩 해 놓은 자리를 홀랑 채가버리는 사람들 마저도 부러워 보인다. 그의 스피드와 노련함이 부러워지고, 가장 부러운 건 앉아서 넋 놓고 보게 되는 핸드폰 화면이다. 그렇게 부러워하는 내 모습을 가만 들여다보자니, 그저 안타까웠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무작정 끄적이며 돌아다니던 시작이.
처음은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는 것부터 시작했다. 책 한 권 들고 다니는 기분이 드니까, 가방 무겁게 들고 다닌 게 억울해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해보았다. 단어 하나를 그날 하루 내내 고민해보기. 그리고 내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보기. 하나 글을 완성하고 나니 소소한 뿌듯함이 몰려와 그날 저녁엔 꿀잠을 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내 다이어리를 채우다 보니 이걸 뭔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졌고,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브런치에서만큼은 '작가 지망생'이 되어보기로! 이제 이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단어 하나'에 대해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강제 다이어트되어버린 내 정신이, 지쳐버린 마음들이 조금은 채워지고 윤택해질 것만 같다. 이제 그래서 나는 작가 지망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