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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Oct 24. 2021

달에 대해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달

 어둠이 자리 잡은 시각, 어둑어둑해진 길거리를 비추는 노란 불빛이 깜빡인다. 밤 산책에서 나의 유일한 동무는 길이 어두울수록 눈에 띄는, 하늘 위에 밝게 뜬 달이다.


 달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몇십 년, 몇백 년, 그 몇 배를 곱한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 보니, 가끔 달을 바라보며 멍 때릴 때 큰 위안을 받곤 한다. 정체 모를 큰 존재가 나를 다독여주는 느낌이 든다. 


 해가 떠오를 때는 뭔가 새로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열정과 의지를 가져갈 수 있다면, 해가 질 때는 울적한 기분에 끝을 향해가는 쓸쓸함을 느낄 수 있다. 그에 반면 달은 나를 고요하게 한다. 더운 여름날이든, 추운 겨울날이든 달이 휘영청 떠있는 날에는 뭔지 모를 정열적이었던 마음도, 반대로 차갑게 얼어붙었던 마음도 차분하게 적정 온도를 찾게 된다. 


 요즘 불멍이 유행이라는데, 나는 달멍을 좋아한다. 특히 둥근달을 가만 바라보고 있을 때, 잡다하던 생각이 사라지고 복잡했던 마음이 가라앉게 된다. 이래서 예전에는 달을 바라보고 내님을 그렸나 보다. 혹자는 변화무쌍한 달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톱만큼 작아져있던 달이 점차 차올라 보름달이 되어 내 앞에 자리했을 때, 정체 모를 뿌듯함과 다시 만난 반가움이 나를 미소 짓게 한다. 


 내가 달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세계 어디에서든 그 시간은 다를지언정 똑같은 달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시기와 모양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내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이 똑같이 이 달을 보게 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만큼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어져 있는 기분이 든다. 달이 마치 블루투스 연결 기기처럼 멀리 있는 내 님에게, 이 그리운 마음을 전달해주는 것 같다. 


  오늘 밤에는 달멍 해보며 달에게 위로받고, 한편으로는 달에게 내 님께 이 그리움을 전달해달라고 청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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