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했던 커리어에서, 따뜻한 식탁으로 잠시 돌아온 시간
5월 6일, 아이가 제대를 했다.
이후로 나는 가급적 매일 저녁을 집에서, 정성껏 준비하려고 애썼다.
갓 구운 생선, 된장 풀어 푹 끓인 찌개, 소박하지만 균형 잡힌 밥상.
아이도 남편도,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그 식탁 위에서 조금씩 건강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오늘은 아이가 피부과에 다녀왔다.
볼살을 줄이기 위해 인모드와 컷슬린 시술을 받았다.
운동도 병행 중이다. 먹고 자고 웃는 리듬이 집밥과 함께 안정되니
몸도, 마음도 확연히 좋아진다.
그걸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사실 말로 다 못 담는다.
나는 대학원 졸업 후 지난 23년 동안 줄곧 일만 해왔다.
회의와 출장, 리더십과 평가, 목표와 성과 사이에서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러다 보니 온 가족이 집에서 함께 앉아 집밥을 먹는 날은 손에 꼽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치열 수술 회복 중임에도, 나는 다시 주방으로 향한다.
냄비를 끓이고, 조리대를 닦고,
고기 굽는 소리와 국 끓는 냄새 사이에서 나는 나를 다시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것을.
아이와 남편이 밥을 먹으며
“엄마, 진짜 맛있어”라고 말해줄 때,
나는 내 삶을 온전히 살아내고 있다는 감각을 느낀다.
이건 사치일까?
아니다.
이건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유효기간 있는 선물이다.
8월이 되면 아이는 다시 토론토로 돌아간다.
나는 MBA 졸업을 마치고 다시 치열한 구직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치밀한 전략, 셀 수 없이 많은 자기소개서, 인터뷰, 또 인터뷰.
현실은 너무나 선명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아이의 학비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해야만 이 모든 것이 돌아간다.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가끔, 행복한 순간이 끝날까 봐 두렵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걸 알기에 더 집중해서 이 시간을 살아낸다.
저녁을 짓고, 아이의 웃음을 기억하고,
남편의 “수고했어” 한마디에 눈시울이 젖기도 한다.
행복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걸 알기에,
나는 이 순간을 마음속 깊이 아로새긴다.
언젠가 다시 정장을 입고,
어깨에 책임을 메고 세상과 마주 서게 되겠지.
그때의 나는 오늘의 이 시간을 기억하며,
다시 한번
복리처럼 쌓인 사랑의 힘으로
한 걸음씩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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