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생각만 해도 재미난 사건, 이 일로 우리는 많이 웃었잖아. 초등학교 1학년 때 너를 좋아한 남학생이 몇 명 있었어. 그중 2명만 소개할게.
눈이 동그랗고 모범생같이 생겼던 훈이는 정말 귀여웠던 아이라 누가 봐도 예뻐할 남학생이었지. 걔가 너를 아주 좋아했지. 소풍이나 견학 사진을 보면 항상 네 옆에 걔가 있더라. 너희들은 아주 좋은 친구로 잘 지냈어. 어느 날 학교 다녀온 네가 반지를 꺼내면서 훈이가 줬다고 하더라. 아주 비싼 보석 반지여서 엄마는 깜짝 놀랐어. 너를 좋아한 훈이가 엄마의 보석 반지를 가져와서 너에게 선물한 거야. 그때 우리는 너를 “얼레리 꼴레리”라고 놀리기도 하면서 깔깔거리고 웃었고 인기 많은 딸이라 기분이 좋기도 했단다.
엄마는 바로 훈이 어머니께 전화해서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마침 반지를 잃어버려서 걱정하며 찾던 중이라고 하셨다. 훈이 어머니는 전화 줘서 고맙다고 하셨고 우리는 시원하게 한바탕 웃었단다. 그리고 훈이 어머니는 한 말씀하셨지.
“아들 키워 아무 소용없다더니 정말 그러네요.”
엄마 반지 몰래 가져가서 좋아하는 여자 친구에게 줬으니 얼마나 황당했겠어? 훈이가 잘못했으니까 혼이 났겠지만 아마 그 집도 우리처럼 한바탕 웃었을 것 같아. 훈이네도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하나 생긴 거지.
또 한 학생은 축구 명문인 너희 학교 축구선수였지. 축구를 아주 잘해서 1학년은 선수가 될 수 없는데 걔는 됐다고 했어. 보기에도 3, 4학년 같이 키가 컸고 축구선수같이 생긴 애였어. 네가 집에 올 때 엄마가 집 근처에 마중을 나갔더니 뒤에 남학생이 한 명 졸졸 따라오고 있더라. 너는 그것도 모르고 오는 중이었다. 엄마는 왜 따라오냐고 물었더니 용기 있게 말하더라.
“윤이 좋아해서 따라왔어요.”
진이는 씩씩하게 생겼는데 좋아한다는 말도 못 하고 따라왔고 엄마가 물어보니 씩씩하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특이한 친구였지. 천진난만한 모습이 귀여웠던 친구였어. 마침 점심때라 네가 좋아했던 중국집으로 데려가서 자장면을 사줬단다. 맛나게 먹이고 집으로 보냈다. 그 후 얼마 있다가 운동회가 열렸지. 한 어머니가 윤이가 누구냐고 학부모들에게 묻고 있어서 엄마가 인사를 하며 대화를 좀 나눴단다.
“제 딸입니다.”라고 말하며 너를 가리켰단다.
“제 아들이 집에 오기만 하면 윤이 얘기하고 걔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누군지 궁금해서요. 예쁘고 똘똘하게 생겼네요.”
“예, 진이가 저희 집까지 윤이를 따라와서 자장면 먹여서 보낸 적 있어요.”
“그래요? 그런 말은 안 하던데.....”
진이 어머니는 고깃집을 운영하신다면서 시간 날 때 너를 데리고 오라고 하셨단다. 아들이 좋아하는 친구에게 맛난 것을 먹이고 싶다면서 말이다. 엄마 딸은 어릴 때부터 인기도 많았지. 얼마 후 우리는 이사를 하면서 전학을 했고 그 아이들과는 연락이 끊겼지.
인기쟁이 윤!
밝고 잘 웃던 내 딸은 늘 사람들 속에서 행복해했지. 지금도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겠지만 타국에서 가끔 한국이 그립기도 하고 외로울 때도 많을 거야. 그때는 여행도 다니고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 보면 더 큰 행복이 네 곁에 있을 때도 있어. 한국이라고 많은 사람이 옆에 있다고 늘 즐겁기만 하겠니? 엄마는 사랑하는 너희가 있고 바쁘게 일하고 지인들이 있지만, 가끔 혼자임을 느낄 때가 있어.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는 정호승 시인의 시도 있잖아. 가끔 외로울 때 그 시를 읽으면 공감과 위로가 된단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