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고양이가 2마리 있다. 내 첫째 아이인 아들 나이의 약 2배, 큰누나 뻘인 12살과 9살 암컷들.
이들은 자신들이 내 자식인줄 알고 장장 8년과 5년을 각각 살아오다가 아들 탄생 후 '내가 이 여자의 새끼가 아니었어?!' 라는 충격과 함께, 뒷방 늙은이가 되는 봉변을 당했다.
나는 일하는 엄마라서 집에 있는 시간이 적다. 사람 아이 둘(아들&딸, 이하 '아들딸')에게 곁을 내줄 시간도 부족하다. 그러니 고양이들은 더 뒷전이 된다. 게다가 내 아들딸은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손길이 서툴러서, 예뻐해줘도 고양이들은 마음에 안 들어할때가 더 많다. 그나마도 아쉬운이들은 두 돌도 안된 내 딸의 손길은 받지만, 얼마 못 가 불편해하는 편이다. 결국 아들딸이 활동하는 시간대에 고양이들은 방 한구석에 누워 잠을 자거나 그저 가만히 있다.
낮의 고양이들.
우리집 고양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시간은 밤이다. 아들딸이 각각 방에 가 잠들고 나면스르륵 거실로 나온다.대단할 거 없이 야식먹는 내 옆에 있는 게 전부지만,이들에게는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아마도 그럴 것이다.)
고양이들은 일하는 엄마랑 살아서시간에 치이던 와중에, 알레르기 체질을 물려받은아들딸이 태어나서 더 치이게 됐다. 아직 어려면역력이 약할 아들딸과 고양이의 주 활동 시간대를 어느 정도 구분시키는 것이 우리집의 룰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아들딸의 엄마, 밤에는 고양이들의 엄마로 산다.
데리고 살수록 미안한 건 사람 자식이나 고양이나 마찬가지다. 생명은 함부로 데려오는 게 아니라는 말을 절절이 체감한다. 다만 이들은 길고양이 입양처를 구하는 게시글에서도 선택받지 못한 새끼들 중 하나였기에, 내가 데려온 게 그나마 나은 삶이었을 거라고 합리화해볼 뿐이다. (예쁘지 않고 인기 품종이 아니면 길고양이 커뮤니티의 입양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난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아도, 하루 30분씩이라도 아이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면 아이는 잘 자랄 거에요."
이 문구는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거나, (주부가 아닌) 본인으로서 무언가 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엄마들을 위한 육아지침서의 내용이다.
나는 고양이들을 대할 때도 이 내용을 적용하기로 했다. 아들딸에게 우선 배정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마저도 지키지 못하는 날이 숱하지만, 마음 먹었으니 비슷하게라도 해나가겠지 생각하며 오늘을 산다.
오늘도 내일도, 나와 고양이들을 포함한 내 가족들이 잘 자랐으면 좋겠다.
(덧.) 기승전결을 갖추려다 보니, 브런치 글은 항상 내 각오와 의지를 다지듯이 끝맺음되는 것 같다. 그게 내 삶인가 싶어 웃기고도 슬프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어느새 삶은 이전보다 나아져 있을 것임을 이제 잘 안다. 그래서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