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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린 Aug 04. 2022

밤은 고양이가 사랑 받는 시간

육아/육묘 이야기 '오늘의 자식'

우리집에는 고양이가 2마리 있다. 내 첫째 아이인 아들 나이의 약 2배, 큰누나 뻘인 12살과 9살 암컷들.

이들은 자신들이 내 자식인줄 알고 장장 8년과 5년을 각각 살아오다가 아들 탄생 후 '내가 이 여자의 새끼가 아니었어?!' 라는 충격과 함께, 뒷방 늙은이가 되는 봉변을 당했다.


나는 일하는 엄마라서 집에 있는 시간이 적다. 사람 아이 둘(아들&딸, 이하 '아들딸')에게 곁을 내줄 시간도 부족하다. 그러니 고양이들은 더 뒷전이 된다. 게다가 내 아들은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손길이 서툴러서, 예뻐해줘도 고양이들은 마음에 안 들어할 가 더 많다. 그나마도 아쉬운 이들은 두 돌도 안된 내 딸의 손길은 받지만, 얼마 못 가 불편해하는 편이다. 결국 아들딸이 활동하는 시간대에 고양이들은 방 한구석에 누워 잠을 자거나 그저 가만히 있다.

낮의 고양이들.

우리집 고양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시간은 밤이다.  아들딸이 각각 방에 가 잠들고 나면 스르륵 거실로 나온다. 대단할 거 없이 야식 먹는 내 옆에 있는 게 전부지만, 들에게는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아마도 그럴 것이다.)

고양이들은 일하는 엄마랑 살아서 시간에 치이던 와중에, 알레르기 체질을 물려받은 아들딸이 태어나서 더 치이게 됐다. 아직 어려 면역력이 약할 아들딸과 고양이의 활동 시간대를 어느 정도 구분시키는 것이 우리집의 룰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아들딸의 엄마, 밤에는 고양이들의 엄마로 산다.


데리고 살수록 미안한 건 사람 자식이나 고양이나 마찬가지다. 생명은 함부로 데려오는 게 아니라는 절절이 체감한다. 다만 이들은 길고양이 입양처를 구하는 게시글에서도 선택받지 못한 새끼들 중 하나였기에, 내가 데려온 게 그나마 나은 삶이었을 거라고 합리화해볼 뿐이다. (예쁘지 않고 인기 품종이 아니면 길고양이 커뮤니티의 입양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난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아도, 하루 30분씩이라도 아이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면 아이는 잘 자랄 거에요."

이 문구는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거나, (주부가 아닌) 본인으로서 무언가 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엄마들을 위한 육아지침서의 내용이다.

나는 고양이들을 대할 때도 이 내용을 적용하기로 했다. 아들딸에게 우선 배정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저도 지키지 못하는 날이 숱하지만, 마음 먹었으니 비슷하게라도 해나가겠지 생각하며 오늘을 산다.

오늘도 내일도, 나와 고양이들을 포함한 내 가족들이 잘 자랐으면 좋겠다.



(.) 기승전결을 추려다 보니, 브런치 글은 항상 내 각오와 의지를 다지듯이 끝맺음되는 것 같다. 그게 내 삶인가 싶어 웃기고도 슬프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어느새 삶은 이전보다 나아져 있을 것임을 이제 잘 안다. 그래서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한다.


밤의 고양이들. 우리집 '엄마바라기'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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