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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Jan 11. 2022

그 아이의 봄은 이제 따뜻할까?

제목을 쓰려다 지우고, 또 지운다.

아침부터 고민하던 이야기.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 아이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어렵다.


짧은 만남이었고

아픈 만남이었다.

3월 늦추위에 베란다 건조대에 걸려있는 빨래가 빳빳하게 얼었다. 집어넣었던 오리털 패딩을 다시 꺼내 입고 시린 목 사이로 들어오는 칼바람을 막으려 머플러를 두 번 휘감아 돌리고는 학교로 출근을 했다.


어제만 해도 화사한 봄 점퍼를 입고 화창한 얼굴로 앉아 있던 아이들도 다시 칙칙한 겨울을 입었다.


아침공부시간이 끝나갈 무렵 현민(가명)이가 교실문을 열고 들어온다. 얇은 봄 점퍼. 말리지 못한 머리는 고드름이 솟은 것처럼 딱딱하게 얼어있다.

"현민아. 늦었네? 아침에 무슨 일 있었어?"

추위에 바들바들 떠는 몸과 함께 눈동자가 흔들린다.

"일단 자리에 앉아.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머리를 감았으면 말리고 와야지. 감기 걸리겠다. 선생님이 수건 가져올게."

"아니요. 괜찮아요."

아이의 얼어있던 머리칼이 온풍기 바람에 조금씩 녹기 시작한다. 떨어지는 물방울 색이 왜 저러지?

뭔가 이상하다.

"현민아, 선생님이랑 연구실 가서 말리고 오자. 이리 와봐."

현민이의 손을 잡고 연구실로 향했다.


연구실 의자에 현민이를 앉히고 개인 사물함에서 수건을 꺼내와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주며 살폈다.

역시.

피다.


하얀 수건 위에 번지는 붉은색.

머리를 살펴본다.

오른쪽 눈썹 위쪽에 찢어진 상처가 보인다.


"현민아. 누구한테 맞았니?"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현민아. 선생님한테 얘기해줘.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어."

"......"

"선생님이 잠깐 팔이랑 다리 좀 볼게."

아이의 옷소매를 걷어 올려 팔을 확인해본다.

있다.

멍이다.

아이를 안았다.

분노인지 연민인지 모를 눈물이 왈칵 올라온다.

"현민아, 누가 때린 거니? 선생님한테 얘기해줘. 선생님이 도와줄게.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어. 걱정하지 말고 얘기해줘."

"저보다 누나가 더 많이 맞았어요. 누나는 오늘 학교 못 왔어요."

흐느끼는 아이의 어깨를 붙잡고 눈을 바라봤다.

"괜찮아. 네가 잘 못한 게 아니야. 괜찮아."


누나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등교 여부를 확인했다.

아이가 감기가 걸려 학교에 못 간다고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단다. 찢어진 머리를 사진으로 찍었다.  팔과 다리, 등에 있는 멍자국을 사진으로 남기고,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

그것이 현민이와의 마지막이다.


긴급하게 실사가 나와 아이와 누나는 아버지와 분리되어 다른 곳으로 옮겨졌고 아이의 거처는 비밀이라 알 수가 없었다.

여전히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아동학대 뉴스들을 대할 때면 물로 대충 피를 헹구고 꽁꽁 언 머리로 학교에 왔던 현민이 생각이 난다.

그 아이의 가는 팔이.

얇은 봄 점퍼가.

봄을 시샘하던 추위보다 더 시리고 차가워서 한 동안 몸살을 앓았던 그때가.


그 아이의 봄은 이제 따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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