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는 우리나라와 면적이 거의 비슷하다. 나라별 면적 크기 비교를 보면 대한민국이 110위, 헝가리가 111위에 랭크되어 있다. 면적은 비슷하지만 인구수는 헝가리 전체 인구가 천만 정도니 서울 인구보다 적은 편이다.
헝가리에 있는 한인은 의대와 리스트 음대 유학생 비중이 많았는데, 유학생과 주재원, 교민을 모두 포함해 천명 남짓이었다. 모두가 부다페스트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니 부다페스트에 있는 한인 수는 그보다 적었을 것이다.
지금 헝가리에는 한인이 굉장히 많아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 SDI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크게 짓고 있어 관련 업체들이 쏟아져 들어왔단다. 이전보다 4배(4000여 명) 정도 늘어 집 구하는 것도, 아이들 국제학교 들어가는 것도 많이 힘들다고.
천 명도 안 되는 부다페스트의 한인 사회.
삼성이나 엘지 같은 대기업의 경우 함께 나온 주재원들이 여럿 있어 회사 커뮤니티가 따로 있었겠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의 경우는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유일하게 일주일에 한 번 한국사람들과 한국말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은 한인교회. 내가 다니던 한인교회는 일곱 가정 정도가 모이는 작은 규모의 교회였다.
"미야, 헝가리 생활이 낯설고 힘들죠? 일주일에 한 번씩 얼굴 보러 갈게요. 궁금한 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요."
30여분을 걸어야 하는 제법 먼 거리에서 우리 집까지 찾아오신 P집사님과 유모차를 밀고 처음으로 근처 카페에 갔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는 헝가리언들.헝가리어로 쓰여있는 메뉴판. 혼자 가기는 왠지 서먹하고 어려웠던 그곳.
"뭐 마실래요? 커피 좋아해요?"
"전 카페인 민감해서 커피를 못 마셔요. 핫쵸코 같은 거 있을까요?"
"커피를 못 마시는구나. 그럼 핫쵸코로 주문할게요."
"에쮜 까베, 에쮜 포로 쵸기 끼렉"
헝가리 말로 여유롭게 주문해 주신 포로 쵸키.
"해외에서 아이 키우는 게 쉽지 않을 거예요. 남편은 일하느라 바빠서 잘 챙겨주기도 힘들고. 가끔 이렇게 만나서 차 마시며 이야기도 나누고, 힘든 것 놓고 같이 기도하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정이 들 거예요."
P집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포로 쵸키 한 모금을 삼켰다. 따뜻하고 달달한 것이 배가 아니라 마음을 타고 내려가 가슴을 뜨겁게 채웠나 보다. 이유 없는 눈물이 퐁.
코끝이 시큰해지는 겨울이 다가오면 그곳에서 마시던 포로 쵸키가 가끔 생각난다. 지금은 미국에 살고 계신 P집사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