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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Dec 17. 2021

5. 마법의 문장들

 백일 때 9.5kg이 넘었던 우량아 아들. 6개월 차에 헝가리에 들어갈 땐 이미 10kg을 훌쩍 넘긴 상황이었다.

가느다란 몸매의 소유자인지라 아기띠를 메고 다니다 보면 어깨가 끊어질 듯. 주로 휴대용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이동했는데 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탈 때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도와주세요를 헝가리어로 어떻게 말하나요?”

헝가리어를 잘 아시는 목사님께 여쭤보았다.

 “투덕 셰기첸.”

 “투덕 셰기체니요?”

 “대체로 그렇게 물어보면 되는데, 물어보는 대상에 따라 어미가 조금씩 달라져요.”

 “너무 복잡하네요. 메트로 탈 때 유모차로 계단 내려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도와달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해야 하나 몰라 혼자 끙끙대며 끌고 가거든요. 가끔 도와준다고 다가와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고맙다는 말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괴쐬넴 씨뻰. 이렇게 말하면 돼요.”

 “헝가리어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괜찮아요. 이런 정도는 헝가리어로 말하고 싶은데 입에 붙지 않네요.”

 “자주 쓰는 문장이라 계속 말해보면 자연스럽게 나올 거예요.”


 메모장에 열심히 적어본다.


도와주세요. – 투덕 셰기첸 (셰기첸)

고맙습니다. – 괴쐬넴 씨뻰 (괴쐬넴)

 미안합니다. - 보차넛

 괜찮습니다. - 씨베쉔


식료품을 사러 마트에 가서 카트를 끌고 가는데 앞을 막고 있는 헝가리 사람이 있어 이때다 싶어 배운 말을 써먹어 본다.

“보차 넛.(실례합니다.)

 상대방이 비켜주며 미안하다고 인사를 건넨다.

 “보차넛.”

 “괴쐬넴 씨뻰.”

 의아해하는 표정.

 괜찮다고 해야 하는데, 미안하다는 사람에게 “대단히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나란 여자.


 초등학교에서 학급운영을 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의 문장>이라고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세 가지 문장이 있다.

 ‘미안해, 고마워, 괜찮아.’

 10년 동안 헝가리에서 가장 많이 쓴 문장도 바로 저 세 문장이다.

 헝가리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알았다면 좀 달랐으려나?


 한국에 돌아와 한동안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던 괴쐬넴, 보차넛, 씨베쉔.


 헝가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문장들을 연습해 가면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 만나는 외국인이 어색한 억양으로 ‘고. 마. 워. 요.’라고 말하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것처럼 그들도 비슷한 마음으로 친절히 웃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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