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디작은 차 안에서
나는
광대하고 풍성한 가을 나무 사이를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슬라이딩을 닮은 이 주행은 삭막한 지구에서
매일의 삶을 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구도자의 태도라고 할 수 있지요.
가을은 가을 안을 사는 이에게
가만히 이마를 대어 주는
선량한 거인입니다.
그동안 자막처럼 제 앞을
지나가버린
모든 가을이 바람냄새를 딛고
목소리를 달았습니다.
한껏 총애를 받는 그의
오라토리오를 들어보세요.
이미 이별의 약속이 내재되어 있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이 가을의 독백 앞에
저는 한껏 애틋하고
그의 스러짐이 눈부십니다.
대문사진 - 리프그린님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