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좋아하고 소소하게 독서를 이어간다고 해도 그건 저와는 먼 이야기거든요. 그런데 그런 저에게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바로 '고요하고 진실된 그들' 때문이지요. 그들과는 2022년 겨울에 만났어요. 밤호수 님의 에세이 반에서 말이죠. 우리는 늘 조용했어요. 그리고 진지했지요. 그런 우리에게 밤호수 님은 고요하고 진실된 나, 일명 '고진나'라고 이름 지어 줬습니다. 고요한 우리들은 조용히 자신의 몫을 잘 이행해 나갔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고요하고 진실하게 출간을 하게 되었습니다.6월 4일에 태어납니다.
밤호수 님을 필두로 아홉 사람의 이야기가 이제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홉 명의 가슴에 빛나는 파문 하나는 그어놓을 거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수십 명의 단체사진 속에서 내 아이나 우리 가족은 눈에 딱 뜨이고 흐릿한 실루엣에 깃든 그날의 표정까지 보이는 거요. 그렇듯이 우리는 우리 안에 그어질 이 선 하나에 감동하고 감격하며 고마워할 겁니다.
출판사는 '이곳'이라는 이름입니다. 대표님은 발랄하고 정감 넘치는 디자이너시고요. 그래서 책의 퀄리티나 디자인은 걱정 없습니다. 다만 우리의 글이 어떤 표정으로 옷 입고 독자를 찾아갈지가 무척 걱정됩니다. 이젠 독자 앞에 독립적으로 설 우리의 문장이 실수하지 않기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봅니다.
함께 한 작가들의 면면이 촌스럽게 펼쳐진 책입니다. 촌놈의 얼굴을 한 우리들은 내밀하고 부끄러운 자아를 굳이 감추지 않았습니다. '집'이라는 배경 안에다 우리의 눈물과 성장과 실패와 회한을 쏟아부었습니다. 그 과정이 어린아이의 성장처럼 시간과 성숙이 필요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비겁하지 않았고 당연했지요. 촌스러움은 그런 것 같아요. 맨얼굴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나이스한 도시스러움이 결코 말하지 못하는 맨얼굴을 촌스러움은 여과 없이 보여주어도 좋았습니다. 아, 자랑은 이제 그만!
여러분에게 이 팔불출 같은 심정을 마구 알려드리려고요. 함께 기뻐해 주시면 더없이 감사할 겁니다. 이 책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에게 좋은 길로 걸어가는 길동무가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