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8일은 좀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위대한 시간'이라는 북토크에 참여했고, 저는 거리와 시간의 제약 때문에 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유산'이라는 책이 있는 줄도 모른 채 저는 그곳에서 작가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떠밀려 장장 네 시간에 걸친 새로운 놀라움을 그들과 함께 맛보았습니다.
거기선 삶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 정신의 바로 세움과 목표, 그리고 생존과 존재, 앎을 삶으로 만드는 연금술의 장이었습니다.
그 시간은 각자에게 혁명이었을 것입니다. 어제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향한 걸음이었으니까요.
그 후에 '엄마의 유산'을 알게 되었고 '엄마의 유산' 시리즈를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제 뜻이 아니었어요. 뜻이 제 등을 밀어 뜻이 이루어질 곳으로 인도했습니다.
저는 그런 책을 쓸 힘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제 인식 속의 저는 너무나 평범하고, 누군가에게 당당히 드러내어 전해 줄 정신도 부재한 사람이었으니까요.
- 정신을 세우는 글 두 편이 저의 삶에 질서를 세우기 시작했어요.
처음 접해본 인문학과 철학이 부실한 저의 뼈대를 단단하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그동안 얼기설기 엮여 있던 인식을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부서진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저는 저 자신을 부수지 못하니까요.
그동안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조차 몰랐다면, 이젠 무얼 모르는지는 알게 되었습니다.
인력사무소격인 새벽독서 안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다시 책을 읽고 새로 발견한 원리를 잊을세라 글에 새겨 치열하게 다듬었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된 매뉴얼로 '나'라는 건물을 짓는 법을 하나하나 배우고 있습니다.
그 건물은 내가 살고, 성장하고, 탄탄한 정신을 세워 자녀에게 전달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정신의 건설노동자인 저는 건물을 짓기 위해 자제를 나르고 기초와 골조 공사를 시행합니다. 힘이 부칠 땐 함께 글을 쓰는 동료와 서로 격려하고 힘을 주고 땀을 닦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삶의 원리(기본뼈대)를 다시 세우고 제게 주어진 일들을 그저 묵묵히 해나갔지요. 그러면서 정신을 세워야 할 글 앞에서 그동안의 저의 부실함을 한탄하게 되었습니다.
서러웠고 미안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제가 서러웠고, 이런 초라함을 자녀에게 남겨야 하다니 그들에게 미안했습니다.
- 이렇게 글 공사에 집중했는데 삶 전체가 달라졌습니다.
현상과 사태를 바라보는 시야가 생겼고, 말과 글의 힘이 실전에서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도 배웠습니다. 글이 어떤 모습으로 나를 이끌고 가는지 글의 등을 바라보기도 했고, 내가 쓴 글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함도 알았지요. 작은 생각에서 큰 생각으로 조금씩 옮겨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한 방울의 물이 되었습니다.
한 개의 물방울인 제가 그저 한 방울로 떨어졌을 뿐인데 바위에 구멍이 나는 일이 벌어집니다.
- 책이 곧 출간되거든요. 어제 ISBN을 신청했습니다.
내가 바위를 뚫은 물 한 방울임을,
내가 바늘구멍을 낼 수 있는 존재임을,
내가 돌아가는 회오리 속의 작은 회오리 한 자락임을,
가장 작은 나를 사용해서 가장 큰 태풍의 한 자락을 만들고 있음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