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내 일에 몰입하고 싶은 열망은 고립을 피할 수 없는, 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준다.
추석 전이라 딸 가족이 방문했다. 가족을 만나고 싶지 않더라도 이놈의 명절은 반강제 해후를 하게 하니 성가시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냥 지나쳐도 좋으련만!!!
이건 일방적인 나의 생각이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소신껏 치르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마 이미 그렇게 되고 있는지 모른다.
세상의 변화에 민감할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으니 관습에 대한 변화에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친정 좋은 게 뭐 있겠냐만 일찍 저녁을 먹고 소파에 퍼질러 졸고 있던 딸이 내가 자야 할 시간에 슬슬 내 침대로 기어들더니 수다 삼매경을 늘어놓는다.
오랜만에 엄마와 얘기하고 싶은 마음을 아니 들어줘야 하겠기에 루틴이 깨질 수밖에 없었다. 무려 두 시간을 빼앗기고 졸리니 자야 한다고 등 떠밀어 내보냈다.
늦게까지 잠을 못 자고 새벽에 일어났다. 그래선지 종일 무기력이 등에 매달려 다닌다.
그래도 할 건 해야 하니 10인분 갈비를 재놓고 나물을 볶아놓고 멸치볶음 해놓고 여러 번의 설거지를 끝내고 나니 비로소 내 시간이 생긴다.
그림을 펼쳐놓고 앉으니 졸음이 몰려온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얇은 잠 속에 빠진다.
그 속에서 졸고 있는 내가 느껴진다. 크흐흐 웃음이 터지면서도 선을 긋고 지우개질을 하는 손은 개미 뒤꽁무니를 따라가듯 멈추지 않는다.
휘몰아치듯 날들은 지나갈 것이다.
일은 되게 되어 있고, 난 일의 방향을 잘 따라가면 된다.
살아있는 나를 잘 데려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