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채색은 완전히 망했다!
정체성을 알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상점을 그렸는데,
가정집이 아닌데 가정집처럼 보이기도 하며 상점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그야말로 나는 생명체라고 생각하고 낳았으나 동화작용, 이화작용에 실패하여 물질대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되어 버렸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망했다는 이야기를 포장하고 포장해서 변명 중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분자는 그 어느 것도 영원히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없기에 끊임없이 닳고 대체되는 과정을 거친다. 비유하자면 우리 몸은 형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흐름 속에 있는 동적 평형 상태의 분수인 셈이다. <트랜스포머> 속 기계인간은 애석하게도 물리, 화학의 법칙에 따라 물질대사가 불가능하다.
- 이일하 교수의 생물학 산책.
모든 살아 있는 것은 대사를 하고 변형되며 끊임없이 움직인다.
분자를 합성하고 분해해서 에너지를 만든다.
나의 창조 에너지도 꿀렁거리다가 도랑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선생님께 혼났다. 맨날 80퍼센트만 완성하고 뒷심이 흐물거린다고 했다.
그래도 고치지 못하는 채색의 어려움이란!!!!!!
선생님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나의 못남을 인정하고야 말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서는 구시렁구시렁 변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아, 딴 데 집중해서 그랬어요.
마음이 급해서 그랬어요.
얼른 완성해서 브런치에 발행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요.
선생님은 수업시간을 연장하라 하시지만 전 시간이 없어요.
두 시간 이상은 무리라고요.
아, 진심 못났다!!!!!!
마음을 다하지 못하는 모든 일은 트랜스포머 속 기계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