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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에 대하여

by 캐리소





새벽에 눈을 떴는데 제일 첫 번째로 내게 온 생각~!


갑자기 내 글이 도통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왔다. 어제 쓴 글과 그제 쓴 글 말미에 괄호 하나를 생성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괄호의 내용인즉슨

저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매일 새벽에

글을 발행한 지

10개월이 되었다.


그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떤 강력한 힘이 나를 이끌고 가는 것을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다.

그 시간 동안 분명히 글도 자라고 있었겠지만(이 생각은 이성이다) 스스로는 조금도 실감하지 못한다.(이 생각은 감정이다)


때론

와, 내가 이런 글을 썼단 말이야? 하면서 놀랄 때가 있고 때론 와, 정말 거지 같은 글이다, 하면서 숨고 싶은 때도 많았다.


그렇지만 내 글뿐 아니라 어떤 글도 인간이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글에 대한 내 판단력은 윤문 할 때, 오타를 잡아낼 때, 문장을 좀 더 매끄럽게 할 때 밖에는 쓸모가 없다.


판단력 자체는 어떤 음식을 선호하느냐와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인간은 판단력도 기호도 모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정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그런 한정된 글을 쓴다는 사실이

못 견디게 부끄러울 때가 있다.

사방으로 날아드는 이런 모순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때론 감당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만큼 감정에 마구 휘둘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지만 또 글을 다 써놓고 그런 괄호가 붙은 글을 독자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실컷 읽었는데(너무 짧아 '실컷'이라는 부사를 떠올린 것 자체가 죄송스럽지만) 그런 문장으로 갈무리가 된다면, 글의 진실성이 훼손되는 것이 아닐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내 글이 그리 진중하고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작가가 이러쿵저러쿵하며 자기 글을 못났다, 잘났다 하는 것도 괜히 못쓰는 글을 어떻게든 변명하고 싶은 심정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내 글에 대한 나의 생각과 변명과 독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반영하고 싶은 심정을 전달하려는 욕구를 억누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 의미를 얹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 글을 맺으면서도 내 안에서는 '정말 뭔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로 귀결되고 있다는 웃기고도 슬픈 사실을 전한다.





이런 생각이 내게로 왔다면, 나는 내 글이 무럭무럭 자라서 성숙해지고 깊어지고 광대해질 것을 흐뭇하게 상상하고 안식 가운데 숙성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면 잊고 있던 어느 날, 내 글은 잘 발효된 구수한 빵으로 완성되어 누군가의 양식이 되고 요기가 되고 향긋한 생명의 냄새를 풍길 것이다.


결과라는 창조물은 이미 존재하므로 난 매일 빵을 굽고 효모를 부풀리며 하루를 마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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