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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올리는 편지

- 올리브 나무야,

by 코코맘

작년 여름에 너를 처음 들였다. 건조에 강하고 비교적 키우기 쉽다는 말을 듣고, 5일에 한 번 꼬박꼬박 물을 줬는데 너는 처음 들일 때부터 잎이 너무 듬성듬성 나고 자라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동그란 수형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가지치기를 해줘야 한다고 해서 너무 길게 웃자란 가지는 잘라주기도 하고, 처음 들일 때부터 흙과 자갈 사이로 보였던 개미로 추정되는 생명체가 너를 해할까 여러 약도 사서 건네주었다. 하지만 가을과 겨울이 지나고 다시 3월이 되어도, 변화랄 게 없었다. 오히려 그 햇살 좋은 가을동안 너는 노래진 잎을 무수히 떨어뜨려 베란다 바닥을 어지럽게 했고, 웃자란 가지를 자른 부위는 그 흔적만 남고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 4월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살피지 못하고 물 주는 것도 자주 잊었다.


그런데 웬걸,

요즘의 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어쩌다 잠깐 잊고 있다 1주일 만에 다시 찾아가 보면 뻗어나가는 연초록 손가락들에 어지러울 정도이다. 가지치기했던 부위에는 새로운 두 개의 가지가 자라 새 잎을 뿌리고, 줄기도 왠지 더 단단한 느낌이다.


너에게는 그저 시간이 필요했던 걸까.

자라기에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는 타이밍을 만나야 했던 걸까.

4월에 몇 번 잊었던 물 주기가 오히려 성장에 대한 갈망을 자극한 걸까.


정답이 궁금해.

어느 쪽이든 나도 너처럼 성장하고 있다고 믿어.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일도 어쩌면 비슷할지 모른다고 생각해.

잘 자라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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