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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Mar 25. 2022

커피 끊을까 말까?

코로나 감염 치료 기간 동안, 아이 때문에 집안에서 24시간 마스크 착용한 이유도 있었지만, 목이 너무 찢어질 듯 아팠던 관계로 습관적으로 달고 살던 커피를 한 열흘 간 입에도 대지 않았다. 종종 커피 생각이 나긴 했지만, 그런대로 참을 만했다. 약기운 때문인지,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 인지는 모르지만 미친 듯이 잠이 몰려왔고, 남편과 교대로 낮잠 한두 시간 잘 시간은 확보가 되었기에, 그냥 졸리면 잠을 잤다. 카페인 부족이 올 때 느끼는 두통 또한 소염진통제로 먹는 약 덕분 인지 그럭저럭 지나갔다.


"이 참에 커피 끊어버려?"


하루에 기본 1잔 이상, 눈뜨면 매일 습관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내려 마신다. 물 마시기는 자주 잊지만, 커피 마시는 건 거르지 않는다. 그리고 오후에 몰려오는 식곤증을 쫓고자 한 잔 더 마시기도 하고,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쉬우니 커피 한잔을 테이크 아웃해오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에 갈 곳은 없고, 아이를 태우고 정처 없이 드라이브하는 날이면, 으레 들리던 스타벅스 DT. 그렇게 한잔 두 잔 마신 커피값이 아깝게 느껴질 즘 집에 캡슐 커피머신을 들이기도 했다.


 내가 커피를 처음 만났던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다. 엄마가 자주 마시던 아이스 믹스커피에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을 우연히 맛보고는 얼음 몇 조각과 함께 느껴지는 달콤 쌉싸름함에 반해버렸다. 아주 가끔 엄마가 허락해 주는 그 믹스커피 한 모금이 너무 맛이 좋았다. 그리곤 고등학교 시절 학교 자판기에 팔던 레쓰비 캔커피. 대학 시절 시험시간이면 도서관에서 마시던 자판기 믹스커피, 그리고 직장인이 되며 즐겨마시기 시작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까지. 카페인이 몸에 충전이 되어야 하루가 시작되는 것만 같은 당연한 기분에 늘 취해있었다. 임신과 출산, 모유수유하는 기간에도 아주 가끔은 커피 생각이 간절 해 아쉬운 대로 디카페인 커피를 찾곤 했었다. 그 이후 참 오랜만에 커피를 멀리하게 된 것이다.


"커피 한 모금이 육아하는 시간의 유일한 낙 인데..."


종일 아이 위주로 하루를 보내다 보면, 나를 위한 시간이 너무 간절해진다.  순간 커피 한잔이 주는 위로가 크다. 커피를 끊고 그런 낙조  없어지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니,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물론 차나 다른 대체제를 찾으면  테지만, 평생 기호식품이라곤 커피밖에 모르던 나에게  다른  찾는 일이 괜히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가 이야기 하는 무심코 마시는 커피 값을    모아도, 삼성전자 주식     있다고 생각하면 커피 마시는 돈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 다시 커피를 한잔 내려 마셔보니, 그 시원함이 여전히 반갑기도 한데, 아직 목상태가 온전하지 않아서 인지 목에 좀 부담이 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커피를 끊을지 말지는 결정을 못했다.


다만, 커피를 대하는 내 마음을 달리해보기로 생각해본다. 당연히 별 의미 없이 습관처럼 마시는 게 아니라, 마셔도 그만 마시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커피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선택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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