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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Apr 09. 2022

엄마, 사랑이 뭐야?

요즘 봄이의 질문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이전에는 명사 위주로, 이게 어떤 것인지 명사 위주로 물어보았다면, 

요 며칠은 동사를 물어본다. 


오늘 있었던 일


"엄마, 사랑이 뭐야?"

피식 웃음이 났다. 4살 꼬맹이에게서 사랑이 뭐야라는 질문을 받다니. 

아마 시시때때로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나는 또 아이에게 엄마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해서 일수도 있고

어느 책에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오니 그런 질문을 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막상 그 질문에 대답을 하려니 참 어렵다.

뭐라고 설명해 줘야 할까? 잠시 고민 끝에


"음... 있잖아. 재밌는 거 보면 같이하고 싶고, 맛있는 거 먹다가 생각나 같이 먹고 싶고, 예쁜 거 보면 같이 보고 싶고, 봄이가 엄마 보고 웃어주면 힘이 나고 행복하고 막 마음이 가득차버려. 그런 게 사랑 아닐까?"


횡설수설 그냥 나오는 대로 대답을 해보았다.

아이 표정은 대체로 알쏭달쏭.

나의 말을 이해했을지 아닐지는 아이만 알 일이다.


아이가 잠든 밤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랑이 뭘까? 

굳이 남녀 사이가 아니더라도, 인간관계에서도

이전에는 상대가 나를 향해 주는 관심이 좋았고, 그게 곧 사랑받고, 서로 사랑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늘 관심받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가 조금이라도 나에게 관심이 줄어든다고 느껴지면 그래서 사랑받지 못하는 거라 생각이 되면 토라지거나, 이제 그만해야지 하며 슬그머니 관계를 끊어버릴 준비를 했었다.  

내 마음을 보여주면 그 사람의 마음이 시들해 질까 지레 겁이 났던 것도 같고.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지 딱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상처받기 싫어 너무 재고 따지지 말고 조금 더 넉넉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으로 나이가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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