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진심을 담아
중학교 때 내 짝은 항상 단정한 단발머리, 매일같이 정갈하게 잘 다려진 교복이 인상적인 아이였다. 단정한 외모만큼이나 글씨도 예쁘게 잘 쓰고 공부도 잘해서 우리 반 서기를 맡았었다. 그 친구에 비하면 내 교복은 어딘가 좀 후줄근했다. 주름진 교복이 엄마의 빈자리처럼 느껴져 그 아이처럼 교복을 정갈하게 다려보려 애써 보았지만, 이리저리 주름만 더 늘고 그래서 그냥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였을까? 정갈하게 잘 다려진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보면 남자든 여자든 그렇게 멋져 보였다.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늘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 바로 남편의 주름진 셔츠. 아이와 함께 하는 낮에는 아이가 위험해서 라는 핑계로 밤이 되면 피곤하고 귀찮다는 핑계로 겨우 세탁만 마친 주름 잡힌 셔츠를 늘 남편은 입고 다녔다.
한 번은 그게 못내 마음에 걸려 남편에게
"맨날 이렇게 구겨진 셔츠 입혀서 어쩌나 미안하네" 했더니
"어차피 입으면 구겨질 옷, 위에 겉옷 입으니까 괜찮아 여보 힘드니까 괜히 신경 쓰지 마."
하고 대답해 주던 남편
그렇게 늘 아이에게 후순위로 밀려나 있었지만, 불평 한마디 하지 않은 고마운 사람
얼마 전 참 오랜만에 남편의 셔츠를 다려보았다.
잠깐이면 될 일인데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늘 미뤄두었는지...
육아 때문에 늘 내가 더 힘들다고 생각하느라, 남편의 힘듦을 잘 알아주지 못했다. 남편도 밖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주름진 셔츠처럼 마음이 쪼그라진 날도 많을 텐데, 늘 내색 않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고맙고 든든한 사람. 출근할 때 만이라도 주름 쫙 펴진 셔츠 입고 어깨 쫙 펴고 출근하길 바라며 마음을 담아 꾹꾹 다림질을 해 보았다. 잘 다려진 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남편을 보니 괜히 마음이 뿌듯하기까지 했다.
오랜 연애와 결혼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당연한 사람이었고, 가끔은 더 중요한 일에 순위가 잠시 밀어밀려난 시간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매번 따뜻하게 고맙다, 행복하다, 사랑한다 표현하지 못하지만 무뚝뚝한 진심을 눌러 담아 그를 향한 나의 언어의 온도를 조금 올려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