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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Apr 27. 2022

신발에서 드러난 삶의 흔적

엄마도 성장하는 중입니다.



나는 자동차 타이어에 어떤 자국을 새겨 놓았을까. 마모된 흔적을 복원하면 내가 지나온 길과 그 여정에서 취한 삶의 태도를 짚어 볼 수 있을까?

<언어의 온도, 이기주 P.75>


이 부분을 읽는데 생각난 일화가 있다.



"나이 50이 넘어 저 신발 뒤축 꺾어 신은 거 봐라. 저런 데서 성격이 보이는 거야."


예전의 직장에서 내가 모시던 직장상사를 두고 다른 분이 하신 말이다.

그분은 내가 9년간 직장 생활하며 처음 만난 다른 유형의 리더였다. 단점처럼 보이는 부분도 많으셨지만 그 이면에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었다. 그만큼 회사 내에서 그분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뉘었다. 일에서 만큼은 버럭도 잘하시고, 성격도 무척 급하시고, 상처 주는 말도 곧잘 하셨다. 그리고는 금세 돌아서서 따로 불러 미안하다며 다독여 주실 때도 있고 본인의 후배 사원들에게 본인이 가진 것들을 아낌없이 주려고 하셨다.


나의 직장상사분의 신발 모양에 대한 평가를 듣기 전에는 사람들의 신발을 유심히 본적이 별로 없었는데, 그날 이후로는 신발을 종종 들여다보곤 한다. 뒤축을 꺾어 신고, 그렇게 오래된 신발 같진 않은데 굽이 닳을 대로 닳아 버린 신발이 주인의 성격과 닮은 듯했다.

 또 다른 한 분은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이라고 느꼈는데, 신발 신는 습관을 보니 주인을 닮은 듯했다. 운동화든 구두든 항상 구둣주걱을 사용해 앞코가 망가지거나 뒤축이 구겨지지 않게 신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나의 신발은 어떤 모습일까? 예나 지금이나 신발이 많아도 내발에 맞고 편하다 느껴지면 어느 옷이든 관계없이 늘 그 신발을 신는 편이다. 늘 아이랑 함께 다니니 하이힐이나 구두는 꿈도 못 꾸고 발 편한 운동화를 선호한다. 새로운 변화나 도전보다는 익숙하고 편한 걸 좋아하는 나를 닮은 걸까?


늘 의식하고 살지 않지만, 내가 걸어온 길에 늘 함께한 나의 신발은 어떤 모습으로 닳아 있었을까? 앞으로 나는 어떤 모습의 신발과 함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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