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놀이

사랑을 노래한대서 어쩌면 불놀이

by 최성우

글자놀이


이것은 글자놀이
아니 어쩌면 불놀이

''누구나 사람에겐 모난 구석이 있어,
그런데 그 모난 구석을 상대에게 맞춰 동글동글하게

만들면 사랑이 되지 않을까?''

나는 말했고
너는 단지 웃었지.

너의 동그란 눈에
아니면 너의 각이 진 턱에,
그 웃음의 의미를 어디에 기대어야 할지
도무지 알지 못했지.

''한 끗 차이지?''
공백의 시간을 곰삭히려 나는 다시 네게 물었고
''엄청 큰 한 끗 차이네''
곰곰이 생각하던 너는, 다시 내게 말했지.

''누구나 사람에겐 모난 구석이 있어,
그런데 그 모난 구석을 서로 동글동글 봐준다면 사랑이 되지 않을까?''
너의 동그란 눈에 기대어 나는 처음 말을 고쳤어.
너는 역시 웃었지.

이것은 사랑에 대한 사람의 글자놀이
아니 사랑을 노래한대서 어쩌면 불놀이.




작가의 말

오늘도 세상 어딘가에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한다. 이 넓은 세상은 단지 자신과 상대방 둘로 가득 차 온전해진다.

그리고 얼마 뒤, 이 온전성은 상대의 모난 구석을 먼저 찾아내고 먼저 실망하는 이에 의하여 산산이 깨어진다.
그렇게 사람은 사랑을 잃는다.

같은 과정의 반복.
우리는 이렇게 몇 번 더 사랑을 하고 몇 번 더 상처 받는다.
처음 사랑을 잃고 내내 울던 나는 내게 다시 올지도 모를 사랑의 실패가 너무나도 무서웠다. 어릴 적 무언가를 먹다가 체해 그 음식의 냄새조차 맡지 못하는 아이가 된 것처럼 나는 내게 다가오는 몇 번의 사랑을 애써 회피했다.

그렇게 오롯이 혼자가 된 내가 얼마간 이어간 사랑에 대한 궁리.
그 궁리 끝에 나는 내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사랑은 상대방의 모순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거라고.
모순이 있는 나를 나 자체로 사랑해주는 상대방을 만나, 모순이 있는 상대방을 그 자체로 사랑해주자고.
조금 더 너른 품을 갖춘 내가 되어 둥글둥글한 태도로 사랑하는 이의 모순마저도 사랑해주자고.
그런 내가 되어, 나와 같은 태도를 가진 상대방과 마주할 때까지는 당연히 몇 번 더 아플 것이라고.
사랑에 신중하되 내게 다가오는 사랑을 회피하진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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