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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Dec 11. 2020

글자놀이

사랑을 노래한대서 어쩌면 불놀이

                                   글자놀이


이것은 글자놀이
아니 어쩌면 불놀이

''누구나 사람에겐 모난 구석이 있어,
그런데  모난 구석을 상대에게 맞춰 동글동글하게 

만들면 사랑이 되지 않을까?''

나는 말했고
너는 단지 웃었지.

너의 동그란 눈에
아니면 너의 각이  턱에,
 웃음의 의미를 어디에 기대어야 할지
도무지 알지 못했지.

''  차이지?''
공백의 시간을 곰삭히려 나는 다시 네게 물었고
''엄청    차이네''
곰곰이 생각하던 너는, 다시 내게 말했지.

''누구나 사람에겐 모난 구석이 있어,
그런데  모난 구석을 서로 동글동글 봐준다면 사랑이 되지 않을까?''
너의 동그란 눈에 기대어 나는 처음 말을 고쳤어.
너는 역시 웃었지.

이것은 사랑에 대한 사람의 글자놀이
아니 사랑을 노래한대서 어쩌면 불놀이.




작가의 말

 오늘도 세상 어딘가에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한다. 이 넓은 세상은 단지 자신과 상대방 둘로 가득 차 온전해진다.

그리고 얼마 뒤, 이 온전성은 상대의 모난 구석을 먼저 찾아내고 먼저 실망하는 이에 의하여 산산이 깨어진다.
그렇게 사람은 사랑을 잃는다.

 같은 과정의 반복.
우리는 이렇게 몇 번 더 사랑을 하고 몇 번 더 상처 받는다.
처음 사랑을 잃고 내내 울던 나는 내게 다시 올지도 모를 사랑의 실패가 너무나도 무서웠다. 어릴 적 무언가를 먹다가 체해 그 음식의 냄새조차 맡지 못하는 아이가 된 것처럼 나는 내게 다가오는 몇 번의 사랑을 애써 회피했다.

 그렇게 오롯이 혼자가 된 내가 얼마간 이어간 사랑에 대한 궁리.
그 궁리 끝에 나는 내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사랑은 상대방의 모순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거라고.
모순이 있는 나를 나 자체로 사랑해주는 상대방을 만나, 모순이 있는 상대방을 그 자체로 사랑해주자고.
조금 더 너른 품을 갖춘 내가 되어 둥글둥글한 태도로 사랑하는 이의 모순마저도 사랑해주자고.
그런 내가 되어, 나와 같은 태도를 가진 상대방과 마주할 때까지는 당연히 몇 번 더 아플 것이라고.
사랑에 신중하되 내게 다가오는 사랑을 회피하진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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