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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이지 Apr 27. 2021

[암밍아웃] 내가 단단해져야 하는 이유

수술 전까지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노력중이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우선 회사 생활 중 불현듯 발생하는 업무 스트레스와 감정노동, 내가 암에 걸렸다는 생각으로 잠식되는 우울감, 아이에 대한 불안감 등 나를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하는 일들이 많아진다.


이중에서도 나를 가장 공포스럽게 만드는 것은 아이 또한 갑상선암에 걸리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이다.

기사를 보니 갑상선은 유전적이며 가족력이 있는 병이라고 한다. 더불어 유두암의 경우 어릴적 방사선 노출도될 경우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기가 5개월 즈음,  침대에서 낙상한 적이 있다. 초보 엄마였던 나는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갔고, 응급실의 의사는 CT촬영을 해보는게 좋겠다고 했다. (그는 그 당시 CT촬영에 대한 부작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그 의사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때 그가 한마디만 해줬다면 나의 판단이 달라졌을텐데..) 나는 그 당시 CT 촬영이 방사선과 관련있다는 것 조차 모르는 무지한 엄마였다. 아이가 잠이 들었을때 CT 촬영을 했는데, 그때 했던 그 순간의 선택이 아직까지 나를 괴롭힌다. 성급함으로 제대로 검색도 안해보고 그저 의사가 권하니 했던 나. 그 당시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했다면 다시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았을텐데... 그 당시 남편도 회사에 갔고 나 또한 그런일이 처음이라 당황하고 놀라운 마음이 너무 컸다. 그래서 자제력을 잃었고, 나는 그저 의사가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 방사선 노출을 알고 난 후 그것이 아이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한동안 미친듯이 괴로운 마음으로 살아야 했다. 지금도 불현듯이 떠오르는 그때의 순간들로 괴로울때면 나는 아이에게 평생 죄를 짓는 마음으로 살자는 생각을 다지곤 한다. 얼마전 갑상선과 방사선 노출의 상관 관계를 알고 난 후, 더더욱 나의 괴로운 마음은 커진다. 가끔은 나를 자책하는 혼자말을 하거나, 아이를 불쌍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있는데, 그럴때면 솔직히 미친년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잔병치레 없이 커준 아이가 어린 나이에 불치병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가슴 한 구석에 자리잡혀 불현듯 한번씩 떠오른다. 때로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반복되는 최악의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나를 초조하게 만든다.  성격적 문제인 것도 크겠지만, 엄마는 자식 문제 앞에서는 한없이 미약하고 미안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지만, 그때 했던 무지한 선택으로 나는 죽을 때까지 두려움 속에서 살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이런 생각이 너무 크게 지배해서 내 스스로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나는 물론 내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런 불안함이 엄습할때면 심호흡을 하거나 잠시 걸으며 생각의 전환을 이루려고 노력하긴 한다. 또 최대한 깊은 나락의 상황까지 상상하지 않기 위해 화제를 전환할 수 있는 음악을 듣거나 재미있는 영상을 보면서 딴 생각에 빠지려고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최근에 동생도 갑상선암에 걸리고, 엄마도 복시로 인해 고생하고 있고, 나 또한 갑상선암 진단을 받으면서 건강하게 사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됐다. 그래서 가끔 지금 하고 있는 일 다 때려 치우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는게 어떨까 싶기도 하다. 우리 인생 중 몇 개월을 그렇게 한다고해서 우리의 삶이 많이 달라질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방황만 하는 것보다는 일단 무작정 떠나고 싶은 마음... 우선 수술하고 회복하면서 좀 더 고민해 보고 싶다.


아무쪼록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해 나는 어떻게든 더 단단하고 견고하게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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