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알러지

감성 타는 건가........

by 칼미아

하나둘씩 학과를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편입, 반수를 하기 위해 휴학을 하는 친구들을 보며 불과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몇 달 동안은 내가 이탈을 계획하고 있는 최초의 인간이라고 느꼈는데 이제는 휴학해서 반수를 준비하는 친구와 밥을 먹으며 그녀 나름의 걱정과 슬픔을 느끼며 정말 마음을 독하게 먹었음을 알게 되었다. 실은 나름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문창과를 다니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문득 그들이 학점 관리하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면서도 마음 졸이면서 그냥 아무렇지 않게 교수님이 던진 말에도 덜덜 떠는 나의 모습과 처지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는 이게 포부와 자신감의 차이라고 했다. 기존의 것을 깨고 스스로의 길을 걸을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나도 준비하고 있다고, 나도 그들 중 하나라고 계속 자기 암시를 한다. 결국 남겨지는 건 결국 나 혼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편입을 위해서 더 좋은 학점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힘들어지면 어떻게 도망가지? 두드러지게 잘하지도 못하지만 너무 못하지도 않는 어중간한 사람으로 살아가다 보면 쓸데없는 자기 과신에 의해 스스로 상처 받고 좌절하거나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공허함에 빠져버릴 때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울고 싶은데 울지 못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변한 내 사고방식은 회복 탄력성을 근본으로 두고 있는 듯했다.

한 달 전부터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시험 몇 일 전 과제로 대체된 과목만 해도 4개나 된다. 열심히 노력한 것 뿐인데 내가 센스없는 사람으로 전락했다. 수업은 교수님에 따라 정체성이 달라지는데 그 교수님의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 수업을 수강하는 입장으로는 실패한 것이다. 내가 하 영작문이 틀린 부분은 없어서 왜 틀렸냐고 물어봤을 때 교수님이 그렇게 고친 이유는 자신이 그렇게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듣고는 시험에 관한 일도 수업에 관한 일도 틀리고 맞고의 문제 보다는 융통성의 유 뮤 문제인 것을 알게 되었다. 수업 자료를 보면서 시험을 낼 만한 부분이 없다는 걸 분명히 느꼈다. 다만 시험이 과제로 대체될 것 같다는 가설을 세운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게 유일한 오류이다.

자신의 취향이 확고한 교수님의 수업을 들을 때는 모든 걸 내려놓고 기대와 욕심은 전부 버리고 그냥 밑바닥에서 배운다는 마음으로 그러려니 해야 한다는 것도 나중에 깨달았다. 애초에 합평이라는 게 맞고 틀린 답이 하나도 없는데 정답이라고 인정받기를 바라는 게 이상하다는 사실도. 아니야, 내 자신. 다짐했잖아.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며 살지 않겠다고, 그게 상대가 교수라고 하더라도 말이야. 실은 나를 괴롭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외부자극을 받아들인 내 자신이 만들어낸 망상뿐이다. 혹여나 내가 편집증이 있나 의심하기도 했지만, 모두가 나보고 정상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예전과 비슷한 느낌이 마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하나의 풍경 같다. 하지만 상황이 바뀐 나이기에 다르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안다.

왜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을 계속 추구하면서 살아가지 못하는 걸까. 머리로는 그 이유를 알지만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해서 스스로 고장 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지친다는 건 사실이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노래 - Blue Spring- 의 가사처럼 늘 그랬듯 그래왔듯이 괜찮아질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꽃가루가 전부 소멸해서 알러지가 사라지길 바라고, 내가 기대하고 있는 것들도 다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더 이상 조마조마 하며 살기 않지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건 모든 걸 포기했다는 걸 의미하게 되는 걸까. 그러면 지금 이 상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모든 건 외부 요인 때문이라고 나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는 초가을의 우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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