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서...
"너희 아빠 말씀이 옳아." 아줌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무엇을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지.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 나는 이 대목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앵무새는 작중에서 '무고한 생명'을 뜻하며 책에선 이에 해당하는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부 래들리 아저씨'는 타인고 다르다는 여러 이유로 배척당하고 조롱거리가 된다. 톰 아저씨는 흑인이라는 이유의 차별과 억지로 만들어진 증거, 그리고 사회적 편견에 잠식된 배심원들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고, 톰의 변호를 맡은 스카웃과 젬의 아버지인 핀치 씨도 추문에 시달린다. 마지막으로 핀치의 아이들 즉 화자인 스카웃도 이에 관련하여 심한 말을 감내해야 했고, 오빠인 젬은 유얼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게 된다. 나는 화자인 '스카웃'과 그녀의 오빠 '젬'의 내적 성장을 관찰하는 독자의 시점에서 책을 보니 가독성이 좋은 책임을 알아차렸다. 아이들이 철이 없고 어렸을 때는 '부 래들리 아저씨'에 대해 맘대로 추측하고 따라 하며 노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실례라고 크게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며 학교 생활을 하고 세상의 부당함을 가까이에서 마주하며 '불합리함'에 대한 기준을 형성하며 사춘기를 겪는다. 또한 변호사인 아버지를 통해 직접 사회의 부조리함, 인종차별 등을 보고, 사람들 대다수의 편견에 좌절도 겪으며 성숙해지는 과정을 겪는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 주변의 배경, 환경 등에 확실히 큰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는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핀치 씨가 아이들에게 그런 불합리함과 부조리를 맞닥뜨렸을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가르쳐 주는 부분이 참 인상 깊었다. 작중 핀치씨네 아이들은 아직 세상의 부조리의 일부를 경험한 것이다. 그 부조리함 하나하나에 분개하면 객관적으로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방법을 모색하는 게 힘들어질 것이다. 질 것을 알고도 싸우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여유'와 '자기 확신', 그리고 '냉철함' 등이 공존한다. 사람들이 자신과 다르게 생각해서 자신을 공격하는 것조차 정당하다고 거듭 말하는 핀치 씨를 통해 '평화적 투쟁'과 '타인에 대한 수용'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사회에서는 무고한 많은 앵무새들이 죽어나간다. 편견과 차별, 타인에 대한 수용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말이다. 그리고 전혀 아무것도 모르고 재판에 관한 단어들에 대한 뜻조차 모르던 스카웃이 결국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고 눈물을 터뜨리며 '앵무새 죽이기'가 자신의 집 문 가까이까지 오게 되는 것을 통해 우리들이 스스로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문제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함을 알려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와 내 아빠가 '촛불 집회'에 나간 것도 마찬가지다.
엄마와 동생은 그런다고 바로 세상이 바뀌냐고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안 입는다고 말했지만, 당장 우리 집과 매운 가까운 곳에서 집회가 열리고 뉴스를 틀면 나오는 것들은 우리가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현실이다. 민주주의가 눈앞에서 짓밟히는 걸 이렇게 생생하게 접하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지금도 한국사회에는 '앵무새 죽이기'가 계속되고 있다. 진실을 말하고 국민의 편에 서는 사람들을 폭행하고 소동을 일으키는 작중 '유얼 집안'과 비슷한 작자들이 존재한다. 당하는 앵무새가 당장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는 사회다. 그러니 타인의 슬픔과 재앙을 가벼이 대하지 말자. 앵무새가 죽게 두지 말자. 핀치 씨처럼 당당하고 때론 의연하게 자신의 자식들에게 제대로 된 가르침을 주기 위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제대로 된 가치관이 형성되어 타인들에 의해 부화뇌동하는 일 없이 자신만의 올바르고 선한 길을 걸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스카웃의 호기심은 때론 화를 부르기도 했지만 결국 그녀가 사회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작중에서 계속 묻고 또 묻고, 부조리함에 대해 초반에는 바로 폭력을 썼지만 그 후에는 차분하게 조금 떨어져서 참기도 하고 가만히 바라보는 태도도 배웠다. 젬도 마찬가지다. 사회문제를 대하는 아이의 시각, 청소년의 시각 어른의 시각이 다 다르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더 깊이 이해할수록 바라보는 시각도, 태도도 달라지는 걸 관찰하며 읽을 수 있는 점과 미국 각 주 특징에 따른 사회 인식의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점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