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딸려온 그리움
새 학교, 새 학과, 새 친구들 전부 기대되는 단어들이다. 아니라면 그렇게 느껴져야 된다고 스스로에게 다그쳤을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찍 외국어 회화 수업을 들으러 갔다가 학교 중앙 도서관에서 하는 북메이커 프로젝트 모집을 봤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지혜의 바다'도서관이 떠올랐다. 거기서 했던 '오픈 북 프로젝트'그리고 나의 옛 학과, 문예창작학과. 현재 영어영문학과가 불만족스러운 게 아니다. 다만 나도 모르게 내가 옛 학교와 비교하며 옛 친구들, 옛 학교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뿐이다. 브런치 연재를 꾸준히 하라고 조언해 주셨던 전성태 교수님은 1학년 첫 학기에 상담부터 해주셨다. 특히 멀리서 왔던 나 같은 친구들을 대상으로 세심하게 염려해 주셨다. 그리고 난 시, 소설 등 다양한 부분을 배우며 항상 창작에 대한 불씨가 타올랐다. 그 불씨는 1년 후에 꺼졌고, 아무리 살리려고 별 짓을 다해도 재로 남다가, 내가 학과를 나가고 난 후에 나의 한숨 한 가닥에 나도 모르게 남아있던 불씨가 다시 강렬하게 타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을 스스로 출판하고 나니, 마지막 발악과도 같았던 그 불씨는 다른 재와 마찬가지로 바람에 날아갔다. 내가 쌓았던 우정, 추억, 열정을 싣고서 말이다. 가끔 내 추억을 상기시키는 것들이 있다. 유사한 것들은 내게 새로운 것들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줌과 동시에 옛 것을 잊지 말라는 당부도 전해준다. 난 오늘 중앙 도서관 앞에 서서 도서관 행사인 책 출판을 신청할지 고민하다가 이내 새로 정한 진로에 집중하자는 합리화와 자격증 준비를 하자는 다짐 속에 새로운 기회를 묻어버렸다. 이제는 우선순위를 따지고 집중해야 할 때다. 다시 1학년이긴 해도, 나는 안다. 다른 친구들은 진로를 위해 발버둥 치는 나이인 것을.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고, 도망갔다. 실패할까 봐 현실에 굴복했다. 그리고 많이도 무너졌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과 함께 남은 건 자책, 슬픔이 아닌 그리움과 씁쓸함과 기대였다. 가끔은 친구들이 그립고 창작의 즐거움에 푹 빠졌던 내 모습이 그립지만 돌아갈 수 없다. 내가 한 선택이다. 난 졸업과 동시에 내 모든 대학생활을 소설 한 권에 담아내고자 노력 중이다.
구상 단계에 있지만 그래도 소중한 불씨다. 내게 남은 것들은 나와 발자국을 함께하며 새로운 스텝에 맞춰 걸을 것이다. 주위를 둘러볼 때 가끔 새 학교의 풍경이 옛 학교와 겹치는 듯한 아이러니를 겪을 때가 있다. 왜 떠나면 행복했던 순간만 떠오르는지,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를 비교하면 눈물이 맺힌다. 같을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친구들도 자주 볼 수 없이 멀리에 있다.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게 힘들고 가끔씩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떠오르는 내 익스펙토 페트로늄은 마이 올드 스쿨, 이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