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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인도령 Nov 23. 2023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사람이 나이가 들면 ..

' 사람이 자기가 하던 일을 해야지. 옛날에는 다른 분야에 가도 눈치껏 따라갈 수 있었어.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서 자기 분야가 아니면 적응이 힘들어. 또 나이가 들면 적응하는 게 쉬운 게 아니야. 그리고 사람들 만날 때도 나하고 맞는 사람들과 만나야 해. 인생도 한참이 아니라면 만났을 때 즐거워야지.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가 기본인데, 만났을 때 불편하고, 서로 주고받는 게 없다면? 괜히 만나서 스트레스만 생기고, 그래서 나이가 들면 사람을 정리해야 해. (하지만 갑자기 말고 요령껏!) 물론, 만나는 것이 불편하더라도 만나는 이득이 있다면 그건 만남을 유지하는 게 맞고..' (큰 형님. 2023.11.21)


최근에 은퇴하신 큰 형님이 볼일이 있다면서 잠깐 얼굴 보자고 해서 뵈었는데, 10여분 동안 얘기하신 말씀을 정리한 것입니다.


근래에 보면, 굳이 큰 형님 말씀이 아니더라도, 관계가 불편하면 점점 사람들과 멀어지는 것이 수순처럼 보입니다. 코로나 전만 해도 사람 만나는 것이 좋아서 일주일에도 서너 번 만남을 가졌던 저로서는 그런 관계의 멀어짐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 기간 내내 관계앓이를 심하게 겪어야 했습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관계를 정리해 가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80이 다 되다 보니, 마음에 맞는 친구가 10명도 안된다. 그마저도 건강과 금전 문제로 점점 멀어진다. 여기에 정치적인 얘기가 섞여서 서로 설전을 오가다 보면 또다시 사람들과 멀어진다. 그렇게 해서 생긴 나만의 시간은 공부를 해야 한다. 책을 읽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사는 거다.' (아버지, 2023.10)


'인생의 행복은 관계에서 나온다'라고 생각하지만, 관계에 대해서 서로 소통하는 게 아니라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거라면.. 오늘 큰 형님의 말씀처럼 너무 갑자기는 아니더라도 서서히 정리하는 것을 습관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그 기준을 적어보면,


1) 안부를 주고받은 적이 언제인지? 보통의 남자들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연락이 없다는 것은 그 사람이 잘 지내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그것도 관계의 연장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렇다면 연락이 있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야 하는 건데. 그것이 부모님 부고 같이 일회성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결혼식 때 일부 친구들이 보여줬던 행태들. '갑자기 친해져서 봤더니 결혼을 하더라..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 다시 연락을 않더라' 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2) 서로 연결되어 있는가? 이제는 친구를 개인적으로 만나기는 아주 친한 친구가 아니면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소소한 이야기를 하자면 때로는 일대일 만남도 필요하겠지만, 가급적 연결되어서 몇 명의 만남을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모임은 힘이 되지만, 개인은 위로로 그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3) 기념일에 형식적인 인사라도 있는지? 연말연시, 명절과 기념일 같이 우리가 의례적으로 인사를 주고받는 시간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럴 때마다, 주변사람들에게, '평상시 연락은 안 해도, 적어도 연말이나, 추석 같은 날에 형식적인 인사정도는 하는 게 맞지 않나?'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마저 안 한다면, 사실상 관계로서 끝이 아닌가 하는 싶습니다 (물론, 이건 저의 생각이므로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합니다)


4) 그 사람과 히스토리가 있는가? 우리가 만나는 이유는 만났을 때마다 새롭기보다는 과거의 기억의 끈이 있기 때문에 만남이 이어진다고 봅니다. 그것이 어릴수록, 그 기간이 길수록, 특정한 기억이 있을수록 관계를 이어가기가 쉽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회사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도 막상 회사를 나오면 연락이 끊기는 이유는 그 사람들과 저녁 술자리는 있을지 몰라도, 특정한 기억들이 없기 때문에 더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의 관계는 하나의 계급과 문화이기 때문에 당시에는 서로 필요에 의해 친해질 수 있어도 그것이 이후까지도 만남을 지속하려 한다면 기간 중에 그 사람과의 특정한 기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만남이 아니라 어떤 만남이냐? 가 중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한 명을 만나더라도 잘 만나야 하고, 그 만남을 통해서 힐링이 된다면 더없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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