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은 어떤 말일까? 사람은 언어를 통해 소통하고 말을 하면서 즐거워 하며 말로 감정을 드러낸다. ‘한 마디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등 말의 중요성은 예전부터 우리의 선조들 또한 알고 있었다. 좋은 말을 듣고 좋은 말하기를 실행하기 전에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한 생각과 올바른 태도를 지닌 사람을 만나면 좋은 말이 오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가정 생활과 사회생활을 경험하며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긍정적인 말하기는 우리에게 행복과 기쁨 등을 느끼게 한다. 타인을 칭찬하고, 감사하다고 표현하고, 좋은 일이 있어 행복하고 기쁘다고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언어적 표현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표현들은 점점 하기 어려워진다. 끊임없는 경쟁 사회와 일에 치어 사는 삶 속에서 현대인들은 점점 칭찬, 감사 등에 둔감해지고 오히려 이러한 표현들이 오글거린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사람들은 본인도 모르게 점점 딱딱하고 기계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아들러의 인간 이해>에서 경험이 쌓인다고 나아지는 게 아니라 기존 행동 양식이 강화될 뿐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라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공식 또는 삶을 이해하는 틀이 세워지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공고화된 자기 고유한 감정을 바탕으로 말하고 들은 말을 해석한다고 한다. 우리 입에서 나오는 말과 듣는 말을 해석하는 태도는 ‘내면아이’라는 어린 시절의 자아가 어느 정도 함께 한다.
말을 막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 이런 사람들에게 인간성이 실격되었거나 상실되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대처법으로, 소설 <실낙원>으로 유명한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는 둔감력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둔감력이란, 힘든 일이 생기거나 관계에 실패해 상심할 때 다시 일어서는 힘을 뜻하지만 준이치는 ‘궁시렁 궁시렁 잔소리도 대충 흘려 넘기는 대단한 능력’이라고 표현한다. 잔소리나 충고, 조언들은 사실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구분이 어렵다. 그러한 말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따라 상대방의 기분도 오락가락하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오지랖이라고 느낄 수도 있고 내게 맞는 말이 상대에게 틀릴 수도 있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삶의 공식이 있다.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상대를 이해하려면 우선 자기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를 모른 채 타인을 알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안타깝게도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자기 객관화이다. 때로는 경청과 침묵이 답이 될 수도 있다. 유태인 속담에는 나이가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말이 있다. 말하기 전문가들도 경청과 침묵을 강조한다. 250년전에 쓰인 <침묵의 기술>이란 책은 지금도 스테디셀러이다. 이 책에서 침묵의 첫 번째 원칙은 ‘침묵보다 나은 할 말이 있을 때만 입을 연다’이다. 최고의 아나운서인 이금희, 대통령 연설문 작성가로 유명한 강원국도 저서에서 ‘경청이 먼저’라고 썼다. 말은 몇 초면 나오지만 그 말은 평생이 만든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도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에서 말보다 글이나 SNS의 위험성이 그 어느 시대보다 높다. 악플 하나 때문에 깊은 상처를 받고 심지어는 사람이 죽는다. 얼굴이 드러나는 연예인이나 소통이 필수적인 인터넷 방송인들은 이러한 악플, 막말에 무분별하게 방치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나 SNS가 말보다 좋은 점은 쓰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올릴 수 있고 무시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또한 온라인의 경우 익명성 보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말은 상대방이 하는 말을 중간에 끊거나 무시하면 예의 없는 사람으로 찍히며 했던 말을 없던 말로 할 수 없다. 말 한마디 잘못한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공인들은 평생 그 말이 꼬리표가 되고 만다. 말은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하거나 신뢰하도록 만들기도 하고 기쁘게 하거나 하고 웃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말로 위협당하거나 협박당할 수 있고 말에 휘둘려서 사기를 당할 수 있으며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받거나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한다.
말은 의사소통 중 가장 신중해야 하는 소통이다. 하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저 말을 예쁘게 하려고 노력하면 된다. 공감이 가고 신뢰가 가는 말을 하려고 해보자. 타인은 당신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고, 긍정적인 대화가 오갈 것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듯이, 좋은 말이 가면 좋은 말이 오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