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음식을 타고
거제에서 외할머니가 오셨다.
“민아야. 그 새 더 예뻐졌네, 우찌 이리 이쁠꼬”
나를 볼 때마다 하시는 레퍼토리
외할머니 말대로면 나는 미스코리아에 연예인이 되었어야 한다. 외할머니는 손주들 중 가장 첫째인 나를 특히 더 예뻐하셨다. 할머닌 집에 오시면 방에다 가지런히 물건을 모으시고 집 청소를 시작하셨다. 할머니가 오시면 싱크대며 거실 바닥에 없던 광이 생겼다.
"우리 민아 바이올린 함 켜봐라."
"할머니, 비올라예요, 바이올린이 아니라"
"그래 바이올라인가 거 함 켜봐라"
할머니는 어느 순간인가부터 큰소리로 말해도 잘못 알아들으셨다. 그런 엄마는 할머니가 답답했는지 항상 소리를 질렀다.
"또 못 알아들었소? 엄마! 그러게 몇백만 원짜리 보청기를 사주면 뭐하냔 말이오, 이렇게 안 끼고 다닐 거면!" 엄마는 외할머니가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 거였을까. 항상 싸우는듯한 큰소리에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할머니~ 맛있는 거 해주세요~"
"그래, 그래, 우리 민아 뭐묵꼬싶노~ "
"나는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김치볶음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오야 오야 만들어주마, 민아가 좋아하는 김치볶음밥 해줘야지~"
매콤 짭짤한 김치볶음밥 위에 계란을 올린 후 케첩으로 마무리를 하면 완성이다.
“잘 먹겠습니다~”
보통 땐 밥 한공기도 못 먹던 내가 할머니가 해주는 오므라이스를 먹을 땐 두세 그릇은 금방 비웠다.
그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 나는 아이 셋의 엄마가 되었고 예전처럼 강아지처럼 할머니가 오시는 날을 폴짝폴짝 반기는 날이 오지 않았다.
“엄마, 왜 외할머니 오셨다 가신걸 말 안 했어, 그럼 내가 할머니 모시고 나들이라도 갈 텐데.”
“할머니 거동도 불편하시고 귀도 안 들리시는데 네가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그냥 잠시 왔다 가셨어.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할머니 밥이라도 차려드리고 싶어서 그러지.”
“바쁜 네가 무슨 정신으로 밥을 차려드리냐, 됐다, 다음에는 꼭 얘기할게.”
할머니는 나를 제일 이뻐했다.
어쩌면 내가 보고 싶어서라기보다 할머니의 큰 딸인 우리 엄마가 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외할머니께 손수 식사 한 번 제대로 대접해 드리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고 그 사랑을 엄마에게 돌려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저희 집에서 식사 어떠세요?"
가끔 우리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희는 어떤 음식이 제일 맛있어?
“당연히 엄마표 김치볶음밥 오므라이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