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사람과 필요하지 않은 사람
부모님께 성적으로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을 하고 여름방학에도 학교를 거의 매일 갔다.
2학기가 시작되고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도 이별을 하고 그야 말로 도서관 지박령이 되었다.
수업 끝나고 한 두시간 공강이 생겨도 도서관, 공부하다가 지루해지면 동아리 방에서 기타로 심심함을 달래고 또 도서관,,,
강의와 식사시간, 동아리 활동 시간을 제외하곤 전부 도서관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동기들이나 친구들은 나를 보려면 연락 없이 도서관에 오면 될 정도였다.
나뿐만 아니라 동기들 중 공부에 소질이 있거나 미리 미래를 계획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도서관에서 볼 수 있었다. 이때 그들과 자주 어울리게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는 그들의 무리에 속해 있었다.
그들에겐 내가 필요 없을지 몰라도 나에겐 절실히 이들이 필요했다. 나는 그들을 꽉 붙잡았다.
물론 동기고, 나보다 5살이나 어린 친구들일지라도 공부에 있어서는 나보다 훨씬 앞서 있는 친구들이었다.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그들에게 쓰는 돈이 아깝지 않았다. 물론 나도 부모님께 받은 용돈, 알바로 벌어들인 돈 그 이상으로 나는 그들로부터 배우고 있었다.
시험 범위 파악하는 법,
중요한 내용 마킹하는 법,
필기 할 것과 필기 하지 않아도 될 것,
발제문 작성법,
발표 하는 법,
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응하는 법 등
대학생활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을 배웠다.
그렇다 보니 다른 동기들이랑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있었지만 나에겐 이들이 내 캠퍼스 라이프의 전부였다.
심지어는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우리나라의 정치체제는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 등 다양한 분야를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다른 동기들을 배척한 것이 아니라 당시 나에겐 라이브러리 지박령들이 절실히 필요했다.
- 이렇게 공부했던 저는 과연 1학년 2학기 성적을 어떻게 받았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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