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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를 찾아서 Sep 26. 2023

만학도의 길 5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

그 날도 오후 강의를 마치고 나는 또다시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에서 만난 또 다른 지박령이 "형 도서관 가요? 저녁먹고 같이 가시죠?"

그는 이미 다른 지박령들과 저녁약속이 있었다. 그 속에 내가 끼게 되었다.


학생들이 돈이 없었던 것도 맞지만 교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신속하게 대체하는것도 태반이었다.

그것 또한 낭만이거늘...


한창 컵라면을 먹으면서 본인들 가족과 고향 얘기들을 하더니 갑자기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

잠깐 머뭇거리다

"응 난 강원도야"라고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했다.

"아 형 강원도에요? 저도 강원도인데. 혹시 어디에요?"

"어? 어...나 춘천"

아뿔사 이친구 고향이 알고 보니 강원도 춘천이었다.


다음 질문을 하지 못하도록 재빠르게 대화 주제를 바꿨다.


이 다음에도 이런 일은 자주 있었다.

"방학인데 고향 안가요?", "고등학교는 어디 나왔어요?", "친척이나 사촌들은 어디 살아요?"

물론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질문들이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았다.


첫 시작을 거짓말로 시작하니 그 다음 줄줄히 거짓말들로 나의 인생이 장식되어 있었다.

학기가 끝나고 술 한잔 하면서 그 친구들에게 이실직고 했다.


"얘들아 나 사실 북한에서 왔어. 흔히들 불리는 새터민이고 한국생활 n년차여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이왕 이렇게 공개했으니 난 졸업할 때까지 너희 꼭 붙잡고 함께 공부하고 많이 질문하고 싶어"


마음이 너무 후련했다. 이런 나도 부담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여전히 옆에 머물테고 싫으면 어쩔 수 없었다.

다행이도 그들은 나를 더 위로해 주었고 우리는 더 가까운 동문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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