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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를 찾아서 Sep 29. 2023

만학도의 길 6

오빠, 형 족보 있어요?

1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잘 마무리 했다. 나름 만족한 결과 였다.

그도 그럴것이 개강하고 중간고사 기간까지 나는 하루도 도서관을 가지 않은 날이 없었다.


중간 고사를 치룬 다음주 전공 수업이 있는 날이다. 강의실로 들어서니 동기들 전부 강의실 뒷편 벽을 보며 술렁거렸다. 시험 결과가 나왔나보다.

설레임인지 불안함인지 알지도 못한 채 가방을 냅다 벗어 던지고 달려갔다.


해당 과목의 대표 답안지가 개인정보를 가린채 붙어 있었다. 동기들은 저마다 본인의 답안지를 기억하며 비교하고 있었다. 나도 그랬다.


그러던 중 " 아뿔싸? 뭐지 이게?"

나의 답안지를 기억해 내며 벽에 붙은 답안지와 비교하던 중 중간정도 쯤에 알게 된 사실은 그것이 나의 것....


"어? 내 답안지가 왜 여기 붙어 있는고?"

예상하지도 못했고 그럴 수가 없었다. 중간고사를 나름 만족하게 마무리 했지만 나의 답안지가 대표 답안지가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1학기만 해도 동기들 130명 중 나는 100위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나의 시험지가 떡하니 있으니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슬그머니 자리에 돌아와 쾌자를 불렀다. '앗싸~~~~'

강의가 끝나고 지박령들이 카톡을 해왔다.

"형 답안지 보니까 잘 썻던데요?"

"오빠 이번에 성적 많이 잘 나올 듯?" 모두 나를 응원하고 대견해 하는 연락들이었다.


그들의 응원에 힘을 얻은 것일까 그날도 나는 또다시 스스로 지박령이 되길 자초한다.


어느덧 기말고사 1주일을 앞두고 있었다. 나는 이미 각 과목들의 예상 답안지를 전부 만들어 놨다.

법학은 쓸 내용이 많다보니 그만큼 외울 것도 많다. 그래서 시험 문제를 예상하여 목차를 만들고 내용 물을 채워 그 내용을 전부 암기해서 시험에 응한다.


평소 연락도 잘 하지 않던 동기들이 연락을 해온다.

"형 00수업 혹시 족보 만들었나요?", "오빠 도서관이죠? 어느 수업관련해서 물어볼게 있는데 가도 돼요?"

불보듯 뻔하다. 너희들의 심보를 내가 모를 줄 알고?...당연하게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주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지박령들에겐 내 족보를 전부 뿌렸다.

그들은 시간을 투자해 답안지를 만들었으면 나보다 훨씬 잘 만들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 답안지가 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지난날 도움을 보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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