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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민 Dec 31. 2022

손웅정의 축구철학 이유

김형민의 축사(축구와 사람) #3

슈퍼스타 뒤에는 늘 부모님이 있다. 스타가 하늘에 뜨면 그 조명은 부모님에게도 향한다. 박지성은 아버지, 김연아는 어머니,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도 어린 시절 어머니의 엄격한 가정교육이 있었다는 걸 우린 미디어를 통해 봤다.


손웅정씨도 손흥민의 아버지로 조명 받는다. 그는 아들에게 축구를 직접 가르쳐 더 주목 받았다. 우리나라 '사커대디'의 롤모델까지 됐다. 손웅정씨는 특히 기본기를 강조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손웅정씨 선수시절 모습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방송화면]

손웅정씨는 1988년까지 울산 현대에서 활약했고 1989년 성남 일화로 옮겼다. 1988년 울산 사령탑은 김호 전 감독이었다. 손웅정씨를 아쉽게도 한번도 만나보진 못했다. 춘천에 얼굴을 트기 위해 한번 가보려 몇번을 다짐했지만 결국 시간을 내지 못했다. 본인께 여쭤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손씨가 아들 손흥민 선수에게 기본기, 그러니까 기술을 강조하게 된 배경에는 김호 감독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짐작을 해봤다.



김호 감독께 들은 손웅정씨에 대한 인상은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은 울산 현대 호랑이 사령탑 시절 선수 손웅정을 만났다. 불같은 성격 때문에 팀에 어울리지 못했고 축구 실력도 그닥이었다. 그래서 손씨는 사실상 방출되듯 울산을 떠났다고 한다. 소설 한번 써보자면, 그 과정에서 울분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축구 기술이 부족해서 내가 쫓겨난다는 느낌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때의 아픔이 영향을 줬을 것이다. 아들들이 축구선수를 하고자 했을 때 당신처럼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본기를 피땀 흘려 갈고 닦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남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는 사령탑이 박종환 감독이었다. 박 감독이 힘, 체력, 스피드를 중시했던 걸 감안하면 기본기를 중시하는 철학을 박 감독으로부터 받은 영향이었다고 보긴 어렵다.


손웅정씨의 열정 덕분에 손흥민은 남다른 선수로 자랐다. 기본기를 갖췄다는 수준을 넘어 '기본기가 탁월하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다. 손흥민은 확실한 무기가 몇개 있다. 이른바 '손흥민 존', 양발잡이, 노란색 킬러 등도 여러 차례 반복된 훈련에서 나왔다. 공을 받기 전 좌우를 살피는 습관은 이제 우리나라 모든 축구선수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훈련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손웅정씨는 취재기자들에겐 조금 어려운 사람이었다. 아들 손흥민이 조금씩 유명세가 생기자 아들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끌어 안아서 좋지 않은 소문들도 많았다. 가령, 손흥민이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할 때면 손씨가 아들을 뒤로 빼돌려 취재진을 피해가는 듯한 정황이 반복된 적이 있었다. 한번은 기자들이 공항에서 손흥민과 인터뷰하는 도중에 손씨가 화를 내며 아들을 데리고 간 일도 있다. 일각에선 손흥민의 연애사에 손씨가 개입, 축구에 방해가 된다면 과감하게 연애를 끊도록 아들을 단속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들이 스타병에 걸릴까 염려돼 나온 행동일 수도, 자신이 선수일 때 취재진과 좋지 않았던 경험이 있어 그랬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랬던 탓인지, 최근 조금은 부드러워진 그의 언론대응 행보가 난 조금 놀랍다.  


언젠가 손웅정씨와 마주 앉아 단둘이 이야기할 기회가 있길 바라본다. 기자생활을 계속 이어가다 체육부로 복귀하면 만나기 위해 나 스스로도 노력해야 한다. 만나면 난 또 고민할 것이다. 손흥민의 인생을 물어볼 것인가. 손웅정 그의 인생을 물어볼 것인가. 인터뷰 대상을 만나 다른 스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인터뷰를 난 좀 마음에 내켜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손씨의 인생을 듣고 싶다. 손흥민의 아버지로서의 인생이 아니라 정말 순수한, 오로지 그의 인생. 그 이야기를 들을 날이 꼭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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