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의 축사(축구와 사람) #3
슈퍼스타 뒤에는 늘 부모님이 있다. 스타가 하늘에 뜨면 그 조명은 부모님에게도 향한다. 박지성은 아버지, 김연아는 어머니,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도 어린 시절 어머니의 엄격한 가정교육이 있었다는 걸 우린 미디어를 통해 봤다.
손웅정씨도 손흥민의 아버지로 조명 받는다. 그는 아들에게 축구를 직접 가르쳐 더 주목 받았다. 우리나라 '사커대디'의 롤모델까지 됐다. 손웅정씨는 특히 기본기를 강조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손웅정씨의 열정 덕분에 손흥민은 남다른 선수로 자랐다. 기본기를 갖췄다는 수준을 넘어 '기본기가 탁월하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다. 손흥민은 확실한 무기가 몇개 있다. 이른바 '손흥민 존', 양발잡이, 노란색 킬러 등도 여러 차례 반복된 훈련에서 나왔다. 공을 받기 전 좌우를 살피는 습관은 이제 우리나라 모든 축구선수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훈련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손웅정씨는 취재기자들에겐 조금 어려운 사람이었다. 아들 손흥민이 조금씩 유명세가 생기자 아들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끌어 안아서 좋지 않은 소문들도 많았다. 가령, 손흥민이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할 때면 손씨가 아들을 뒤로 빼돌려 취재진을 피해가는 듯한 정황이 반복된 적이 있었다. 한번은 기자들이 공항에서 손흥민과 인터뷰하는 도중에 손씨가 화를 내며 아들을 데리고 간 일도 있다. 일각에선 손흥민의 연애사에 손씨가 개입, 축구에 방해가 된다면 과감하게 연애를 끊도록 아들을 단속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들이 스타병에 걸릴까 염려돼 나온 행동일 수도, 자신이 선수일 때 취재진과 좋지 않았던 경험이 있어 그랬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랬던 탓인지, 최근 조금은 부드러워진 그의 언론대응 행보가 난 조금 놀랍다.
언젠가 손웅정씨와 마주 앉아 단둘이 이야기할 기회가 있길 바라본다. 기자생활을 계속 이어가다 체육부로 복귀하면 만나기 위해 나 스스로도 노력해야 한다. 만나면 난 또 고민할 것이다. 손흥민의 인생을 물어볼 것인가. 손웅정 그의 인생을 물어볼 것인가. 인터뷰 대상을 만나 다른 스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인터뷰를 난 좀 마음에 내켜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손씨의 인생을 듣고 싶다. 손흥민의 아버지로서의 인생이 아니라 정말 순수한, 오로지 그의 인생. 그 이야기를 들을 날이 꼭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