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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민 Jan 02. 2023

손흥민 지난 시즌 득점왕. 차별 이겨낸 성과

김형민의 축사(축구와 사람) #5

언젠가 유럽에서 활약하는 젊은 선수와 밥을 먹은 적이 있다. 좋은 팀으로 이적하게 돼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겸 만났다. 자연스럽게 손흥민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는데 꽤 재밌게 들었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라면 자연스럽게 느낄 수 만한 그런 이야기들이어서 흥미로웠다.


우선 손흥민의 득점왕은 해리 케인의 득점왕과는 차원이 다르다. 손흥민은 온갖 무시, 핍박,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이겨내고 왕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 선수가 손흥민 경기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손흥민이 화를 내는 풍경이었다. 지난 시즌 번리와의 정규리그 경기에서 손흥민은 자신에게 패스하지 않은 벤 데이비스에게 크게 화를 냈다. 그러자 데이비스는 다음 번에 공을 잡자마자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교체아웃하자 벤치로 들어오는 손흥민은 불만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보통의 한국 선수들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유럽의 감독들은 유럽 선수들을 선호한다. 자연스럽게 한국 등 아시아권 선수들은 중용받지 못하거나 무시 당하기도 한다. 화를 내기는 커녕 눈치 보기 바쁘다. 하지만 손흥민은 다르다. 화를 낼 수 있다는 건 팀의 에이스로 인정 받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 자리까지 오르기까지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래서 손흥민은 대단하다.


손흥민

또 하나는 손흥민은 토트넘에 최적화된 선수라는 거다. 손흥민의 무기는 빠른 발과 양발의 슈팅, 터닝 동작 등이다. 어느 감독이든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토트넘 사령탑이 수차례 바뀐 과정에서도 손흥민이 살아남은 이유다. 어쩌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포기했다면 지금의 손흥민도 없었을 거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이적한 초기에 활약이 미비해 힘들어했다. 독일로 돌아가려 한 것으로도 안다. 토트넘과 포체티노 감독이 그를 붙잡았다. 그리고 절치부심한 손흥민은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해리 케인의 존재도 매우 크다. 선수들이 보기에 케인은 정말 축구도사란다. 공간을 찌르는 패스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줄 거면 빨리 줘야 한다. 케인이 그걸 정말 잘한다고 한다. '덕배' 케빈 데 브라위너와도 견줘도 될 만하다. 정확한 패스를 딱 맞게 줄 수 있는 케인에 그 공간으로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는 손흥민이 만났으니 찰떡궁합일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오랜 호흡만으론 설명이 안되는 조합인 거다.


유럽에 간 선수들 대부분이 그렇게 말한다. 유럽에 가기 전까지는 박지성이 왜 대단한지 알 수 없고 손흥민이 왜 대단한지 알 수 없다고. 손흥민은 이미 유럽에서 활약하는 어린 선수들의 절대적인 '워너비'더라.


이반 페리시치

득점왕은 곧 숙제를 안겨준다. 손흥민은 올 시즌 더 심한 견제, 압박을 받고 있다. 상대팀은 손흥민을 자유롭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가 넘어야 할 산이다. 주변 동료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왼쪽 풀백, 윙백으로 나서는 이반 페리시치와의 부조화가 국내외 언론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페리시치를 포기할 수 없다. 그가 중요한 임무를 띄고 경기에 나가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약점은 머리다. 헤딩은 잘 못한다. 콘테 감독은 페리시치가 그 단점을 메워줄 수 있는 적임자로 보고 있다. 페리시치는 주로 왼쪽 터치라인을 따라 뛰고 크로스를 올리지만 세트피스 찬스 등에서는 대각선으로 골문을 향해 침투, 헤딩경합을 한다. 페리시치는 이 능력이 매우 좋다. 페리시치가 들어가면 손흥민은 2선으로 빠져 세컨드 볼을 노리는 장면이 많다. 페리시치가 손흥민의 동선을 방해해, 함께 나선 경기에서 내용, 결과가 좋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손흥민 스스로 해법을 찾든, 콘테 감독이 조정을 해주든, 어쨌든 인플레이 상황에서 서로의 호흡이 아직까진 좋지 않아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손흥민은 오늘 새벽 아스톤빌라와의 경기 도중 마스크를 벗어 던졌다. 그는 매우 답답했다고 경기 후에 말했다. 아직 다 낫지 않은 안와골절상에 페리시치와의 호흡 문제까지. 팀은 수비가 계속 불안하다. 바깥에선 이적설이 끊이지 않는다. 월드컵 16강 진출로 맞은 환희의 순간은 끝났다. 손흥민의 어깨는 다시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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