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의 축사(축구와 사람) #2
요즘 '티키타카'란 단어가 많이 보인다. 방송에서도 곧잘 쓰는 이 단어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티키타카는 축구용어다. 포털 백과사전은 "선수들이 각자 위치를 잡고 패스를 끊임없이 주고 받아 점유율을 높이는 경기운영 방식"이라고 써놨다.
표면적인 뜻은 맞지만, 이 말이 왜 나왔는지를 알면 잘못된 정의란 걸 알게 된다.
티키타카는 긍정적인 단어로만 다들 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함은 호흡이 잘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또 서로가 대치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티키타카 역시 양쪽의 말실력이 좋아야 나온다. 그래서 감탄의 의미가 들어 있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처음 이 단어가 사용될 당시, 실제 뜻은 달랐다고 한다. 각종 서적을 참고하면 1981년 스페인 프로축구 아틀레틱 빌바오의 지휘봉을 잡은 하비에르 클레멘테가 티키타카를 처음 썼다. 축구팬들은 알다시피 빌바오는 FC바르셀로나만큼이나 그 지역의 색채가 강하다. 지역 출신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깊고 그런 사람들이 많이 일하는 팀이다. 클레멘테도 이 팀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부상으로 그만뒀다. 이후에 친정팀 사령탑에 올랐다.
성격이 거칠고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선이 굵은 축구. 롱패스 위주의 축구를 추구하는 감독이었는데, 그와 달리 짧은 패스를 기반으로 하는 타팀들의 축구들을 '티키타카'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혐오 또는 경멸의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가 쓰는 '티키타카'와 많이 다르다.
그렇지만 언어라는 것은 늘 시간이 흐르며 뜻이 변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또 달리 불릴 수 있는 것이니 이해할 만하다. 다만 그 뜻의 원래 속뜻을 알고 써서 나쁠 것은 없다.
우리 축구도 '티키타카'를 할 수 있다고 놀라워했던 때가 떠오른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축구를 재밌게 봤던 대회다. 성적(3위)은 기대해던 바가 아니었으나 내용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후에 인터뷰차 대구에서 만난 조광래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 현 대구FC 대표이사는 "그때 모든 것이 훌륭했다"고 했다. "선수들 기량이나 실력, 전술이해, 체력,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었지"라고 회상했다.
그동안 우리 축구협회는 사실 티키타카를 지향했다. 공을 주고 받으면서 경기의 대부분의 시간 소유권을 지키는 점유율 축구. 파울루 벤투 감독의 대표팀도 지향점은 사실 여기에 있다. '빌드업 축구'란 용어는 사실 축구판에 없다. 빌드업은 점유율 축구의 기초가 된다. 수비, 그러니까 가장 아래 단계에서부터 잘 풀어가야 한다는 원칙을 좀 더 강화해서 하는 것이 빌드업 축구다. 거기에 역동성을 가미했으면 하는 것이 벤투 감독이었다.
이제 탈피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세계 축구는 변하고 있다. 스페인을 선두로 세계적인 흐름이 됐던 '티키타카'는 이제 항상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카타르월드컵에서도 '높은 점유율은 곧 승리'라는 공식을 비웃는 결과들이 많았다. 이제 흐름은 압박과 라인이다. 공간을 창출해야 이길 수 있는 축구로 가고 있다. 우리 축구는 새해에 새 선장을 구할 것이다.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