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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윈드 Oct 22. 2022

풀꽃의 아름다움과 의미 2

봄날과 초여름에 피어나는 풀꽃들은 이어서 다시 봅니다. 그런데 이제 생각해 보니 풀꽃들의 모습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한 곳에서 소담스레 꽃을 피우며 살아가기도 하고 덩굴로 자유롭게 뻗어 나기도 합니다. 가는 줄기에서 몸집에 맞은 작은 꽃이 피어나기도 하고 커다란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그리고 풀과 나무는 구분되겠지만 그 경계선에 있는 식물들도 많은 듯합니다. 식물들은 모두가 각자 최적의 방법으로 진화를 했을 것이고 그 계통과 구분은 식물학자들의 몫이겠지요. 사실 크다 작다도 상대적인 개념인 듯합니다. 그저 감각적으로 풀꽃이라 생각되는 꽃들을 보며 그 아름다움을 느껴봅니다.      


바위 앞에 가득한 쑥 잎 사이로 봄망초 꽃이 피어있습니다. 연한 분홍색의 꽃봉오리가 원형으로 퍼져가며 하얀 꽃이 되는데 안쪽은 노랗네요. 초록의 풀숲에서 대낮에 하얗게 빛나는 노란 달을 보는 듯합니다. 그 옆에는 작은 원통 모양의 꽃봉오리가 펼쳐지며 연한 보라색 꽃잎이 퍼져 나옵니다. 위에서 바라보니 초록색 가운데서 터지는 보라색의 작은 불꽃놀이 같기도 합니다. 이름이 왜 지칭개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작은 보랏빛 폭발이라고 부르고 싶어 집니다.       


바위와 바위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갈퀴덩굴이 씩씩하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둥글게 나있는 갸름한 잎들이 꽃 같은데 자세히 보니 작고 하얀 꽃이 피어있습니다. 정말 작은 꽃이네요. 그런데 어느 꽃은 솜털이 있는 방울 같은 씨방이 되어가는군요. 그 옆에는 길쭉하게 솟아오른 질경이의 줄기가 하얗습니다. 자세히 보니 정말 정말 작은 꽃들이 한가득 피어오르네요. 모든 식물들이 어떤 형태로든 꽃을 피우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뒤쪽에서는 쇠뜨기들이 자유롭게 뻗어가고 있군요.      


작은 바위 앞에 노란 별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어느 봄날에 땅에서 수많은 별들을 보게 되는군요. 잎도 뾰족하고 꽃도 별처럼 터지는 돌나물은 왠지 돌나물이 아니고 별나물이라고 불러야 할 듯하네요. 아니, 노란별나물이 더 좋을 듯합니다. 비가 그친 봄날에 자주달개비의 주렁주렁한 꽃봉오리에서 자주색 꽃이 피어납니다. 꽃의 가운데에는 진한 솜털이 보송보송한데 꽃술은 노랗네요. 노랗게 피어나던 뱀딸기 꽃은 어느덧 빨간 열매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열매를 둥글게 둘러선 잎을 함께 보니 마치 꽃술이 빨간 초록의 꽃인 듯도 합니다. 꽃은 열매고 열매는 꽃인 걸까요?      


이제 계절이 변하는 듯합니다. 햇살을 조금씩 강렬해지고 초록 잎들의 색깔은 점점 진해집니다. 그늘 쪽에는 삼색 무늬 바위취의 꽃들이 산들바람에 부드럽게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마치 날개가 긴 조그만 나비들이 날고 있는 듯하네요. 조용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여유로운 풍경을 바라보니 마음도 더욱 편안해집니다. 초록의 잎들이 가득한 곳에 어성초의 하얀 꽃이 점점이 박혀있습니다. 흰색의 꽃잎 가운데 노르스름한 꽃술이 두툼하게 솟아오른 모습은 왠지 씩씩해 보입니다. 그런데 초록색 하트 모양의 어성초 잎 앞에 있는 잎맥이 선명하고 윤이 나는 잎은 아마도 비비추 같습니다.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뻗어나가던 가는 줄기에 연분홍의 꽃이 피었네요. 환하게 피어난 메꽃에서는 왠지 맑은 분홍의 나팔 소리가 울려 나올 듯합니다. 꽃이 돌돌 말려있는 듯한 꽃봉오리도 이제 금방 펼쳐지겠지요. 뒤편은 노란 꽃이 핀 씀바귀의 마을인가 봅니다.      


조금 따가운 햇살을 받고 있는 빨간 색깔의 개양귀비 꽃이 화려합니다. 그런데 길게 솟아오른 가는 줄기에서 어떻게 이렇게 큰 꽃을 피웠을까요? 뭔가 그녀만의 의지와 정열을 느껴봅니다. 왠지 꽃이 무거운 듯 가는 줄기가 연신 흔들거리는데 안쪽의 씨방은 점점 단단해지는 듯합니다. 그런데 뒤쪽에는 노란 금계국도 활짝 피어있네요.     



밝은 햇살을 받으며 마치 뭔가 펑하고 터지며 하얗게 퍼져가는 듯합니다. 당귀의 길게 뻗어 난 꽃대가 사방으로 펼쳐지고 그 끝에서는 또다시 작은 꽃들이 터지는군요. 작은 몸집에서 이렇게 큰 줄기에 가득히 꽃을 피우는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가지 색깔의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수레국화를 바라봅니다. 보라색 꽃, 안쪽이 보라색이고 바깥쪽은 흰 색인 꽃, 분홍색 꽃들이 한 곳에서 피어나는군요. 물론 각각의 개체이겠지만 한 종이 이렇게 다양한 색깔로 피어나는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여전히 최적화의 과정을 실험하고 있거나 아니면 이렇게 어울려 피어나는 모습이 최적화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원산지는 이곳이 아닌 듯한데, 멀리 이주해와서도 주변과 잘 어울리며 살아가고 있네요.      



흰색에서 연한 보랏빛이 배어 나오는 고수의 꽃이 산뜻합니다. 작은 꽃들이 모여서 피어나며 환한 햇살에 하얗게 빛이 나네요. 그런데 각각의 작은 꽃들의 놀라운 팀플레이가 느껴집니다. 한 무리의 꽃들의 가운데에 작은 꽃들이 피어있고 둥글게 둘러 핀 꽃에는 바깥쪽에 긴 꽃잎이 있어 전체가 하나의 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다시 다섯 무리의 꽃들이 모여 커다란 꽃이 되는 듯하네요.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꽃들의 현명한 전략 같습니다.        



여러 가지 풀꽃들을 돌아보니 왠지 기분이 즐거워지고 음악도 듣고 싶어 집니다. 다양한 모습의 꽃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피어나네요. 꽃의 모양과 색깔 그리고 향기는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한 것일 듯합니다. 하지만 우리도 자연계의 일원이니 그 아름다움은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것이네요. 그리고 여러 가지 이름을 지어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느 시인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고도 하더군요. 꽃은 있는 그대로 자연이지만 꽃의 이름은 문화인 듯하네요.      


한 해 또는 몇 년 만을 살아가는 풀꽃이지만 그 아름다움은 계속되겠지요? 각자 열심히 살아가며 수많은 씨앗을 남기고 있으니까요. 비록 작년의 그 풀과 그 꽃이 아닐지 몰라도 또다시 맑게 피어나는 미소를 보게 될 봄날이 기다려집니다.     


눈은 감고 피어나는 꽃을 상상하며 막스 브루흐의 로맨스를 들어봅니다. 오늘도 재닌 얀센의 비올라와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하는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마음에 들어옵니다. 그녀가 연주하는 부드러운 비올라의 멜로디에는 왠지 맑은 꽃향기가 함께 날아오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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